내전위기로 치닫던 알바니아 사태는 9일 살리 베리샤대통령이 조기총선
등 반정시위대의 주요 요구조건을 수용한데 이어 소요중심지인 남부일원에
포진했던 진압군 병력들의 철수가 목격됨으로써 일단 일촉즉발의 긴장국면
에서 벗어났다.

베리샤 대통령은 이날 남부지역에서 세력권을 크게 강화한 무장
반정세력들과 정부군간 첨예한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세력들과 시국수습회의를 갖고 모든 정파를 포괄하는 거국내각의 구성과
6월 이전 국제감시하에 조기 총선 실시를 제의하면서 국민적 화해를 촉구
했다.

그는 10개 야당세력들이 합의서명, TV및 라디오 연설을 통해 발표한 이
수습안에서 또 무장저항세력들에 대한 총 사면과 비상사태의 단계적 해제
계획을 밝히고 시민들에게 1주일내에 무기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베리샤대통령의 발표가 있은뒤 남부 일원에 대거 집중됐던 군병력들이
병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수도 티라나와 남쪽으로 1백20KM 떨어진 피에르를 잇는 국도상에는 탱크와
장갑차 등의 이동행렬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남부 곳곳에서 설치됐던 군과 경찰의 검문소가 해체되기 시작
했다고 목격자들은 덧붙였다.

야당과 무장 시민세력들의 주요 요구조건을 대부분 받아들인 이같은
수습안이 발표되자 블로러등 소요 중심지역에서는 축하의 표시로 총포성이
잇다는 등 소란스러운 환영분위기에 휩싸였다.

주요 야당세력 지도자들도 베리샤대통령과 합의한 시국수습안에 대해
정치적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로 평가했다.

민주동맹 지도자 네리탄 세카는 "위기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문이
열렸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사란더와 블로러시 무장저항을 이끌고 있는 지도세력들은
조심스러운 환영을 표시하면서 총선실시령 확정공표 등으로 추가적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무장해제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블로러 저항군 지도자 알베르트 시티는 시 중앙광장에 3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새정부가 들어서고 피라미드식 금융사기로 잃은 우리의 돈을 되찾기
전에는 결코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페르메티등에서 7명이 추가로 숨진 것으로 알려져 남부 무장
소요사태로 인한 총 사망자는 모두 35명으로 늘어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