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쟁의행위가 적법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지도.관리.통제할
책임이 있다"(노동조합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개정 노동법에 새로 포함된 이 조항은 쟁의풍토의 일대변화를 예고한다.

이는 종래 "힘이 지배하고 책임지지 않는" 쟁의풍토가 "법이 지배하고
책임이 따르는" 풍토로 바뀌게 됨을 대변해 주는 조항이다.

실제로 개정 노동법에는 과격한 불법쟁의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많이
포함됐다.

가령 생산시설을 점거하며 파업을 벌일 경우 예전과는 달리 형사법을
적용하지 않고도 노동법에 의거,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조정전치주의 무노동무임금 대체근로 등도 책임지는 쟁의풍토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개정법에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한 것은 무분별한 쟁의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이다.

지금까지 노조는 회사측과 충분히 협상하지 않고도 압력을 가할 속셈으로
일단 쟁의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고후에는 알선과 조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냉각기간만 지나면 곧장
쟁의에 돌입하곤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쟁의에 앞서 "반드시" 조정을 거쳐야 한다.

또 노사는 조정에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

조정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거나 조정을 무시하고 파업에 들어갈 경우엔
불법파업으로 처벌받게 된다.

쟁의행위 장소를 사업장내로 한정하는 규정은 삭제됐다.

이에 따라 사업장밖에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대신 쟁의기간중 생산시설을 점거하거나 근로희망자의 사업장 출입을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

파업 동참을 호소(피케팅)하는 과정에 비동참근로자를 폭행하거나 협박
해서도 안된다.

안전보호작업을 방해하는 것도 금지됐다.

화학공장의 경우 기계를 세우면 라인을 흐르던 원료가 굳어 재가동에
들어가기까지 수개월이나 수년이 걸린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파업중에도 최소한의 작업은 가능케 한 것이다.

이번 개정노동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격한 쟁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많이 포함된 점이다.

이 법에는 파업중 생산시설을 점거할 경우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이하
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파업 불참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할 경우에도 똑같은 형량의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보안작업을 방해할 경우에는 1년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개정 노동관계법에 이같은 조항들이 신설된 것은 지난날의 잘못된 쟁의
관행을 바로잡고 힘의 균형속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

제3자개입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쟁의기간중 사업내 대체근로를 허용한
것도 이같은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새노동법에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조항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지금까지는 노조의 단체행동이 다른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자유스러웠으나
이제 무분별하거나 정도를 넘어선 파업등은 법에 제재를 받아 설땅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노동부 김화겸 노사협력관은 "생산시설 점거금지등 과격한 쟁의행위를
제한한 것은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나리라 건전한 노동운동을 유도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전문가들은 법개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노사당사자가 법을 준수하고
정부는 법을 엄정히 집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소모적 교섭관행과 무분별한 쟁의행위를 개선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만큼 노.사.정 모두는 서로 자기의 주장을 한발짝씩 양보하고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생산적 노사관계의 정립에 적극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