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의 월화드라마 "폭풍속으로"가 한국판 "몽테크리스토백작"이라면,
수목드라마 "욕망의 바다" (저녁 9시50분, 정하연 극본 엄기백 연출)는
"햄릿"의 97 한국 버전인 것처럼 보인다.

작은 아버지 (김인태)가 차지한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일부러 망나니짓을
하는 주인공 정경호 (유동근)는 햄릿을 연상시킨다.

햄릿과 달리 결단과 실행력이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할까.

경호의 이복동생 민호도 "햄릿"에 나오는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에
비견될 만하다.

햄릿의 어머니가 작은 아버지와 결혼하는데 반해 여기서는 계모
(강부자)가 등장한다.

경호의 여인 신은주 (박지영)는 성격이 약간 다른 듯하지만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의 대체 인물인 듯.

13일 3회째부터는 한국판 햄릿 정경호가 드디어 칼을 뺀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던 그가 한국에 돌아온 것.

계모 조여사와 작은 아버지는 그가 갑자기 귀국한 이유를 몰라 허둥댄다.

경호는 호텔에 머물면서도 망나니 생활을 계속한다.

조여사는 옛날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며 꾸중하고 정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조여사는 경호의 행동이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호텔로 그를
찾아간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