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두사람이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받아도 세사람이 반복해서 그렇다고 하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세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들 정도로 소문은 무섭다는 뜻이다.

이와 정반대되는 말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이다.

모든 소문에는 뭔가 꼬투리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냥 뜬소문이라고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최근들어 바로 이런 뜬소문에 멍들어가고 있다.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으나 모백점이 자금사정이 안좋다는 루머로 필요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이 백화점과 인척관계에 있는 모건설사가 부도설에
휘말렸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1월 멀쩡하던 마이크로사(문방구업체)가 끝내 문을 닫고 만 것도
경쟁업체의 악의적인 루머때문이였다고 한다.

급기야 은행들도 호랑이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다.

더이상의 부실채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신용이 낮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출금회수대상리스트 30"을 돌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소문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보가 대표적인 예다.

한보는 외부자금의 추가유입 없이는 금세 부도날 정도로 자금사정이
안좋은 상태에서도 "부도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모증권사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이 직원은 한보부도후 미국에 나가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풍성한 소문뒤에 진실이 담겨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아니땐..."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선 "삼인성호"는 무럭무럭 자라게
마련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믿고 팥심은데 콩난다고 우겨도 긴가민가
한다.

신뢰구조가 무너지고 서로간에 틈이 멀어진다는 얘기다.

끈끈하게 얼키고 설켜야 할 공동체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홍찬선 < 증권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