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의 세월은 거치면서 때로는 형언할 수 없이 무섭고 억센 손길로
때로는 내 누이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대자연이 깍고 다듬어 놓은
조각품!

제아무리 정교한 조각가라도 자연의 손길로 다듬어 놓은 예술품을
인간이 감히 흉내낼 수 없다.

혹 흉내를 낸다고 해도 자연이 주는 감흥 그대로를 주지 못한다.

그것이 자연의 위대함이다.

수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릴적 꽁꽁 얼어붙은 한 겨울날, 조막손
비벼대며 난로가에서 느껴보는 포근함을 느낀다.

오랜 친숙함을 느낀다.

수석은 그만큼 도시생활로 찌든 우리에게 잠시동안 자연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수석은 돌의 생김새가 자연의 온갖 삼라만상의 형상을 닮아서 자연을
한 곳에다 축소해 놓은 모습을 지녀야 하며 돌의 질감도 우수한 것을
으뜸으로 꼽는데 우리 공장이 위치한 이곳 충남 서산지방의 수석으로는
예덕산의 "탑석", 천리포의 "문양석", 숙호지의 "호석" 등이 유명하다.

현대정대산공장 서산 수석회는 지난 89년 12월 수석에 문외한이던
필자를 포함해서 모두 20명을 회원으로 창립했다.

지금은 95명이나 되는 대식구를 거느린 현대정의 최고 인기 동호회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데 회장인 필자와 총무 안효민 사원, 감사를 맡은
김봉수 대리 등 우리 회원들 모두가 수석에 관해 일가견을 가질 정도로
전문지식을 갖게 됐다.

충남 서산은 서해안 바다 특유의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있어
조수간만의 차가 커 오랜 세월 깍이고 깍인 기묘한 형상의 수석들이
어느곳 보다 많이 퍼져 있는데 회원들은 인근의 곰섬, 새석 등의
바닷가에서 주로 수석 채집을 한다.

서산 수석회의 정기모임은 한달중 셋째 주 토요일인데 그동안 매년
10여회의 탐석활동을 통해 회원 상호간의 친목은 물론 회사내에서도 수석
전시회를 열어 자신이 채집한 수석을 동료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서산 수석회는 충남 서산 문화제 기간 중에 벌어지는 전시회에 적극
참여함은 물론 전국 미석 전시회에도 탐석활동을 통해 발굴한 수석들을
출품하여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수석을 찾아 바닷가를 나서다 보면 어느새 필자는 수석 예찬론자가 되어
버린다.

자연 예찬론자가 되어 버린다.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을 닮은, 우리를 닮은 수석을 찾다보면
어느덧 황혼이진 오후를 동료들과 함께 맞는다.

두손엔 온종일 찾아 다녔던 소중한 보물을 한아름 안고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