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각 기업들이 경쟁력강화차원에서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ERP시스템은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약어로 재무 생산 물류 회계
인사 등 기업내의 전사업부문을 하나의 정보라인으로 묶는 시스템.

이 시스템은 구축전에 리엔지니어링(기업혁신)이 필요한 정보망으로 미국
유럽에 있는 유수의 기업들이 10여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그룹이 94년 독일의 SAP사와 ERP구축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현대 LG 등 주요 대기업군들이 ERP를 구축작업에 나섰다.

시스템구축 비용은 소프트웨어제품과 컨설팅 교육비용을 합해 20~50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는 올해의 경우 2천억원대의 구축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도기계사와 ERP구축을 위한 컨설팅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 9일
내한한 미국 AT&T사 솔루션스의 수석컨설턴트인 토마스 G 쿤씨(54)를 만나
한국ERP시장의 미래와 컨설팅 지원방안, 한국시장에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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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한 목적은.

-한라그룹내 계열사인 만도기계와 ERP구축에 필요한 컨설팅지원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만도기계는 이달부터 경주 등 5개 생산라인을 하나의 정보라인으로 묶는
ERP구축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만도는 구축작업을 위해 경험있는 컨설턴트들이 필요했고 AT&T는 이것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계약은 11일 체결되었으며 이 구축에 들어가기전 사전조사를 위해 이미
3~4주전부터 AT&T본사에서 4명의 컨설턴트가 파견, 각종 사전정지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만도기계의 ERP구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만도기계는 21C를 이끌어갈 정보화기업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미
95년에 면밀한 조사를 통해 정보화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플랜은 1단계 설계부분부터 문제를 일으켜 결국 AT&T가 ERP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맡게 됐다.

만도기계는 자체분석과정에서 마스터플랜이 제시한 컨설팅방법과
컨설턴트의 배치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건물을 짓기 전에 상세한 기획안이 필요하듯이 복잡한 ERP구축에는 더욱
더 철저한 기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컨설팅분야에서 함량미달의 업체와 일을 함으로써 프랜이 기초부터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만도기계가 이번 AT&T와 컨설팅지원계약을 한 것은 ERP구축
작업에서 컨설팅이 갖는 의미를 여실히 보여준 예라고 볼 수 있다.

또 ERP시스템구축비용중 컨설팅과 교육 훈련비용이 전체구축비용의 70~
80%를 차지한다는 점도 컨설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한국의 ERP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먼저 한국은 이제 세계11위의 교역국이 되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예전처럼 국내에서만 활동할 수 없는 위치에 이미 올라왔다는 말이다.

전세계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될 입장이며 이를 위해 기업 정보화는
불가피한 작업이 됐다.

이러한 객관적인 상황과 한국내에서의 기업간 경쟁구도를 볼 때 한국의
ERP시장은 당분간 세계에서 가장 고속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빠를 경우 ERP구축계약 자체는 2~3년내에 거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 SAP 반 등 6개의 전문 ERP솔루션 공급업체가 이미 한국시장에
진출,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ERP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구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문제점이 무엇이며 그 해결책이 있다면.

-모회사가 진행중인 ERP구축작업이 수월치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

가만히 살펴보면 금방 원인을 알 수 있다.

우선 너무 ERP구축진행속도가 빠르다.

정보화란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분야다.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려면 우선 구성원들의 마인드제고와 시스템
자체에 대한 교육, 기업구조 재편 등의 사전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과정이 너무 급작스레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두번째는 복잡한 솔루션을 기업들이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업체가구축에 들어가기전 기업에 맞는 ERP제품을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복잡한 제품을 선정해 한국기업들이 이를 교육받고 소화할
여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인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소수가 파견돼 컨설팅업무를 하지만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일부업체는 한국내에서 별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컨설팅인원을 보강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산-학-연공동의 한국형ERP시스템의 개발이 한창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불필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외산ERP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개발이 완료될 시점에서는 이미 시장의 판도가 결정된 상태일 것이다.

그보다는 외산ERP제품을 사서 회계나 세법같이 한국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갖는 모듈을 보완하는 방식이 경제적일 것이라고 본다.

<>AT&T는 컨설팅업체라기 보다는 통신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분야에서의노하우가 있다고 할 수 있나.

-알다시피 AT&T는 세계1위의 통신업체다.

세계 각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으며 작업자체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특히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컨설턴트의 필요성을 절감,
95년2월 컨설팅부분을 담당할 솔루션스를 신설했다.

이 곳에는 앤더슨 삼일C&L CSG프라이스워터하우스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
사에서 일하던 1만1천명의 인력이 스카웃돼 있다.

이들은 현재 미국과 유럽과 일본 등 19개국에 파견돼 컨설팅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총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경쟁사들이 이미 국내에 많이 진출해 있다.

신규진출하는 입장에서 경쟁전략이 있다면

-AT&T솔루션스는 제조업 컨설팅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만도기계에서의 ERP구축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이겠다.

또 복잡한 모듈을 가진 ERP제품보다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소프트웨어제품을
앞세워 영업을 해 나갈 방침이다.

컨설팅인원문제는 필요하면 본사에서 지원받는 한편 한국내 관련 학회
(KPIC)와 공동으로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한국시장에서의 계획은.

-만도기계의 ERP구축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한라그룹내 전
계열사로 구축작업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라그룹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의 활동을 위해 조만간 컨설팅부문을
맡고 있는 AT&T솔루션스가 한국에 정식 진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내 컨설팅시장에 상당한 구도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만난사람 = 박수진 과학정보통신부 기자 ]

[[ 약력 ]]

<>77년 (트사우스)칼리지 MBA과정수료
<>78년 노스이스턴대학 기계공학박사학위 취득
<>89년 쿤어소시에이트사 설립
<>ERP사(생산기획시스템 소프트웨어개발사) CEO겸 대표이사
<>미국 중대형컴퓨터제조업체 유니시스사 유통관리부문 부사장
<>아더 영사(생산컨설팅 그룹) 전무
<>현 미국생산재고관리협회(APICS) 위원.
<>저서 = "리얼타임 비즈니스의 시대"(1994)
"21세기의 제조업"(1992) 등 다수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