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임 대표 발탁에 대해 신한국당내의 다른 대권주자들의 시선이
심상찮다.

이대표가 현재까지의 세만 보더라도 여권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유력한 후보중의 한사람으로 각인돼 있는 상황에서 대표직이라는 "날개"까지
달아 독주채비를 갖추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비후보들의 반응은 일단 이대표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당이 단합,
현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전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바꿔 말하면 대선후보로서 대표로서의 프리미엄을 활용하면 안된다는
간접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부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공정성을 보장할 수있도록 처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가장 불만스런 반응을 보인 쪽은 대표내정설이 나돌았던 이한동 고문측.

이고문은 13일 오전 전국위원회 개최에 앞서 대표는 경선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면서 사실상 이대표에게 경선포기를 촉구했다.

이고문은 "이회창 고문은 수차에 걸쳐 경선 예비주자는 대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왔는데 지금도 그 입장에 변함이 없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지난 2주동안 당내외의 여론을 반영한 언론에 의해 (나는) 매일
당대표로 추천되고 지명돼왔다"고 전제, "이대표는 총재가 지명한 대표라고
하면 나는 여론과 언론이 지명하고 추천한 "정신적 대표"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영입파로 "잠재적 라이벌"로 주목받고 있는 박찬종 고문은 "당이 화합
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면서도 "공정한
경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주리라 믿는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
했다.

김윤환 고문측도 "대표가 되는 사람이 대권주자이든 아니든간에 경선을
공정하게 치러야 된다는 약속을 국민과 당원에게 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공정경선에 대한 사전보장을 요구했다.

김덕룡 의원측은 "당을 잘 수습하고 화합으로 이끌어 지금의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갈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향후 대권구도에서 이대표가 날개를 단 격이나 현 난국에 대한
해법이 쉽잖은 만큼 위기가 될 수도 있으며, 위기냐 기회냐는 전적으로
이대표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홍구 전 대표는 "당이 어려운 시기에 이대표와 같이 탁월한 인물이 대표직
을 맡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었다.

한 측근은 그러나 "이번 인선으로 대권구도에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