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능이 나빠 여러가지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 사람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박멸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p)균은 위산의 산도와 위내의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를 최적환경으로 삼아 위 십이지장에만 기생하는 균.

Hp는 우레아제(요소분해효소)를 활성화해 요소를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분해시키는데 이 암모니아에 의해 위산이 중화되기 때문에 고산도의 위에서
살 수 있다.

Hp는 암모니아를 발생시키고 임파구의 하나인 호중구를 활성화시켜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세포독을 분비해 세포 공동화를 일으킨다.

또 혈액을 감소시키고 호르몬 가운데 가스트린분비를 촉진하는 대신
소마토스타틴분비를 억제해 위산분비를 촉진한다.

Hp에 감염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감염자는 대개 급.만성위염 소화성미란(소화점막의 침식)
만성위축성위염 기능성위장질환(위장운동의 장애) 장생화피생(위점막이
장점막으로 변성하는 것) 등으로 고생한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장기화되면 Hp균을 박멸할 필요가 있다.

위궤양환자의 65~70%, 십이지장궤양환자의 90%, 기능성 위장질환의
30~60%가 Hp에 감염돼 있다는 통계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위암 원발성림프종을 일으킨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Hp균 감염률은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선진국은 소아의 감염률이 낮고 소아때부터 감염률이 서서히 증가해
50세에 이르면 40~50%에 도달하며 개도국은 10~20대 이전에 이미 60%이상의
높은 감염률을 나타내다 40대이후에 80%를 넘어선다는 통계다.

Hp균 감염은 성별 술 담배와는 아무런 차이를 나타내지 않으며 분변
음식물(물 야채) 입과의 접촉 등을 통해 전염된다.

성접촉에 의한 전염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헬리코박터의 진단은 내시경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조직을 떼어내 염색
또는 배양해 보거나 요소활성반응을 시약의 색깔변화로 체크하는 CLO법이
있다.

CLO법은 양성을 음성으로 오진할 확률이 최고 10%에 이르지만 확진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하지 않는 편리한 진단법으로는 타액 또는 혈액을 검체로해
Hp항체를 검출하는 방법과 호흡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석하는 요소호기
시험이 있다.

Hp균은 박멸돼도 6개월 이상 항체를 남겨 항체검출법은 치료여부를
판정하는데 장애가 많다.

요소호기검사는 다른 검사법에 비해 짧은 시간에 편안한 기분으로
검사받을 수 있고 검사결과도 검사한지 20~30분만에 나와 간편하다.

위암 예방 및 조기진단 측면에서 동시에 백여명씩 집단 검진하기에 적합한
검사로 평가된다.

Hp균에 감염돼도 무증상인 경우가 흔하므로 모든 감염자가 박멸에 나설
필요는 없다.

국제의학계는 <>Hp균에 의해 위 십이지장점막에서 조직변화를 동반한 심한
염증 <>급성위염후 만성활동성위염의 지속 <>위점막의 위축성변화 <>위선암
위림프종에 감염 <>위암수술을 받았을 경우 반드시 Hp균을 박멸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밖에 <>위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소염진통제를 장기 복용했거나
<>위산역류성 식도염으로 약을 오래 복용했거나 Hp양성으로 궤양은 없지만
상습적인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할때도 Hp균 박멸치료를 추천하고 있다.

박멸법으로는 신3중요법이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성분별로 <>위산을 억제하고 병용 항생제가 안정한 상태로 일정속도로
천천히 흡수되도록 돕는 오메프라졸(O) <>항생제인 아목사실린(A) 또는
메트로니다졸(M) <>Hp전문항생제인 클래리스로마이신(C)이 쓰인다.

OAC, OMC처방이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데 2주간 사용하면 90%이상의
박멸효과를 올릴 수 있다.

박멸치료후 재발될 경우에는 가족간 감염 또는 항생제내성균 출현이
의심되므로 전자의 경우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후자의 경우
Hp균이 내성을 갖지 않는 약으로 대체해야 한다.

< 정종호 기자 >

** 도움말 : 순천향대 의대 심찬섭교수.
울산대 의대 홍원선교수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