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들의 해외자금 조달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자금을 회수하면서 국내 대형기업들
마저 해외자금 조달 일정을 4월 이후로 연기하고 은행들도 단기자금 유치에
비상이 걸려 있다.

소위 3월말 신드롬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중 1억달러 규모의 상업차관을 도입하려던
신세기이동통신과 현대그룹은 최근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자금대출을 꺼리면서
당초 계획을 변경해 다음달로 차입 일정을 연기했다.

또 산업은행을 주간사로 8천만달러를 해외에서 차입할 예정이었던
기아자동차도 5천만달러만 이달중에 조달하고 나머지 3천만달러는 일본
은행들의 결산이 끝나는 다음달에 조달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현대석유화학도 외환은행을 주간사로 국제금융시장에서 6천4백50만달러를
이번주중에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일본은행들이 BIS비율을 의식해 자금공여를
꺼리는 바람에 차관단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현대석유화학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현대그룹의 조달 금리인 리보 플러스
50~60bp(베이시스포인트, 1백bp=1%)보다 상당히 높은 65bp의 금리 수준을
제시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밖에 한솔PCS도 1억달러 규모이 상업차관을 도입키로 했던 계획을 연기
했고 한국통신프리텔 LG금속도 해외차입 스케쥴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 은행들이 결산기를 앞두고 대출금을 오히려
회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최근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