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까망머리 외국인"이라는 말이 있다.

국내 증권사가 외국에서 펀드를 설정해 국내에 다시 우회투자하는 역외펀드
(Offshore Fund)를 지칭한다.

지난 92년 증시 개방이후 증권사들이 국제약정고를 올리기 위해 역외펀드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이들 역외펀드는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되지만 실제 자금은 국내 증권사가
조달한다.

또 세금 절약 자금출처 보안 등을 위해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등 이른바
조세피난처(Tax Haven)에 주로 설정된다.

그런 역외펀드가 M&A(기업매수합병)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도파 주식을 매집했던 외국인도 말레이사아에 설립된 역외펀드인 것으로
드러났다.

역외펀드의 M&A 개입은 M&A 과정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시비가
되고 있다.

베일에 쌓여 있는 역외펀드의 자금 추적이 어려워 증권감독원의 조사영역
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4일 미도파측은 증감원에 진정서를 냈다.

미도파 주식을 매집한 4개 펀드중 2개의 말레이시아펀드는 홍콩페레그린
그룹이 설립한 것으로 사실상 동일인이며 두 펀드가 합쳐 미도파주 6.35%를
취득해 종목당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외국인의 투자규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증감원은 즉각 홍콩 상하이은행 등 한국대리인에 조회를 했으나
아직까지 규정위반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법에 따라 실제 소유자의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론티어M&A 성보경 사장은 "요즘같이 외화자금이 부족한때 역외펀드가
국내에 투자하는 것은 환율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수 있다.

그러나 주식 파킹(Stock Parking)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각돼 M&A의 투명성을
저해한다"고 강조한다.

공격측이 미리 매집한 주식을 일정기간후 다시 되사주는 조건을 붙여 제3자
에게 넘기는 장소로 역외펀드가 쓰이고 있으나 실체 파악이 안된다는 지적
이다.

증감원이 파악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의 역외펀드 투자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14억2천6만달러이다.

설립지역으로는 말레이시아와 아일랜드가 각각 24개 20개로 전체(49)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사각지대가 그만큼 넓으니 역외펀드를 통한 M&A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로부터 역외펀드의 설정신고서를 접수받고 투자종목당 5%를 넘는지
여부를 관리하는게 고작이다"는 증감원 관계자의 얘기는 감독기능의 한계를
드러낸다.

증감원은 사안별로 자료협조를 할수 있도록 외국과의 양해각서(MOU) 교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영이 투명해야 하는 만큼 M&A 과정도 투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 동원되는
역외펀드도 투명하게 조사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명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