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상징적 존재인 윤월하 조계종종정(통도사 방장)이 송월주
총무원장 중심의 종단운영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월하종정은 13일 "발언권 없는 명색만의 종정은 더이상 할수 없어 10일
청하(통도사 부방장)스님을 통해 원로회의에 사표를 냈다"며 "사표가
반려돼도 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하스님은 "사면권과 본사주지 임명권,부동산처리 결재권등의 권한을
갖지 못한 종정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면서 "총무원장이나 원로회의,
종회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종단이 표류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조계종종정이 종단 운영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제출한 것은 62년 통합
종단 출범이후 3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파문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려는 종정과 그를 상징적 존재로
묶어두려는 총무원장간의 입장차에서 터져나온 것.이 문제는 25~29일
열릴 임시중앙종회에서 집중거론될 전망이다.

월하스님은 지난 1월 신년인사차 통도사를 찾은 전운정 중앙종회의장
에게 사표를 제출했으나 운정스님의 간곡한 만류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에 다시 냈다.

조계종 종정은 원래 고유권한을 가진 법적 대표권자였으나 88년
서의현(서의현)전총무원장때 종헌.종법이 개정되면서 법적 대표권이
총무원장에게 넘어간뒤 상징적 역할만 맡아 왔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