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그룹 계열 동양물산이 같은 계열사인 벽산건설 주식을 사겠다고 공시
했으나 공시전에 대부분의 주식을 사들여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소가 매매심리에 착수키로 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양물산은 지난 12일 벽산건설 주식 24만주를
12일부터 31일까지 장내매수하겠다고 공시했으나 공시문안을 증권거래소에
접수시키기 전에 22만7천3백60주를 한진증권 창구를 통해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날 전체 거래량(23만8천8백70주)의 95%에 달하며 장내매수하겠다고
공시한 물량의 94.7%에 이른다.

동양물산은 "12일 오전에 공시문안을 증권거래소에 제출했다"(심준규
동양물산 대리)고 밝혔으나 거래소는 "오후 1시에 접수됐다"(최기호 상장공시
2부차장)고 확인했다.

벽산건설 거래는 공시전인 오전 10시30분께 이뤄졌다.

옥치장 증권거래소 이사는 이와 관련, "동양물산에 대해 불공정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심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양물산이 이날 벽산건설 주식을 장내매수하겠다고 공시한 것은 자기자본의
10%이상을 타법인에게 출자할 경우 이를 공시토록 한 증권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른 것이나 이날 매입물량 2.28%를 포함한 지분율이 5.15%에 불과해 공시
하지 않아도 되는 사항으로 지적됐다.

공시사항도 아닌데 굳이 공시를 하고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기 전에 해당
주식을 거둬들여 불공정거래 의혹을 사고 있다.

한편 동양물산의 이날 공시는 전산장애로 인한 밤 8시가 넘어서야 증권전산
"체크" 단말기에 입력돼 거래소가 공시지연을 조장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홍찬선.정태웅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