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하루도 생명복제 이야기가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날이 없다.
필자는 이 실험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도 생명윤리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하여 정부 학계 언론계 및 사회지도층이 참여하는 "생명윤리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국가차원에서 설치.운영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기구를 통해 규제의 필요성등 관련문제들이 검토되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동물복제 실험이 마치 생명공학
기술의 전부인양 다루어 지고 있으며, 특히 인간 복제의 가능성과 관련해
부정적인 측면을 너무 강조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심지어 국내의 어떤 보도에서는 영국 로스린 연구소를 "생명공학의
메카"로 소개하는 등 과장된 면도 많이 볼 수 있다.
생명공학기술의 혜택과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보도하지않던
언론이 복제양에 대해서는 너무 열을 올리는 것 같다.
이로 인하여 일반국민들은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갖게
되고 모처럼 조성된 국내 생명공학 연구분위기에도 역효과를 내게 하지
않을까 우려도니다.
벌써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유전자 연구자체를 금지하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 생명공학기술개발의 역사는 매우 일천하다.
80년대초에 유전자 재조합기술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고 83년 생명공학
육성법의 재정에 이어 85년에 생명공학연구소가 출범하였으니 불과
10여년전의 일이다.
사실 신생명공학기술(New Biotechnology)자체가 하나의 신생기술
(Emerging Technology)이나 다름없다.
왓슨과 크릭이라는 젊은 생화학자가 생명체의 유전물질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것이 1953년이며 그 뒤 유전자조작이 종자개량등
식물체에 적용되고 미생물, 어류, 동물, 사람의 순서로 연구가 이루어
지게 되었으며 중요한 기술혁신은 주로 최근에 많이 이루어 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생명공학연구에 뒤늦게 뛰어 들기는 했지만 타기술
분야에 비해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적은 분야이며 기술의 특성상
두뇌집약형이고 자본투자가 비교적 적게 드는 잇점이 있다.
금세기 산업구조의 근간인 화학공학은 자원을 고갈시키로 과다한 공해
물질을 배출하여 지구환경파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따라서 다음세기에는 환경친화적인 생명공학기술이 인류복지를 증진시켜
주는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선진복지국가
(Biotopia)가 되기 위하여 크게 기대를 걸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생명공학
기술이라고 믿는다.
식량, 보건.의료,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명공학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농작물의 종자개량을 통한 녹색혁명과 인체유전자 연구를 통한 난치병치료,
인체 유용물질의 유전자를 동물에 이식하여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의 개발 등 모두가 인류복지와 관련된 기술이다.
선진국일수록 국가가 나서서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 강력한 정책지원과
대대적인 투자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은 이 기술의 잠재적 가능성에 비추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분야에서 기술개발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선진국의 연구수준을 따라 잡고 있고, 어떤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에 와 있는 것도 있다.
한편 정부의 육성정책도 매우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94년부터 시작된 생명공학 육성기본계획(Biotech-2000)과 선도기술개발
사업(G-7 Project)으로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미 좋은
연구결과들이 속속나오고 있다.
작년 9월에는 2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유전체연구지원모임"을 결성하여
유전체(Genome)연구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투자도 활발히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와 산학연이 어느때 보다도 생명공학기술개발에 열심이다.
이번 복제양 사건을 우리가 그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생명윤리문제에
눈을 돌리고 주의를 환기할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그러나 생명공학연구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들이 매스컴을 통해 확대되어
일반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과학기술이 인류사회에 유용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면
우리는 그 위험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희박하지만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유용성이 크다면 그 기술을 인류복지에 활용해야한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원자력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전력에너지의
50%이상을 원자력발전소에서 얻고 있으며, 암치료등 의료분야에도 널리
이용하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필자는 21세기에 디지털 혁명의 뒤를 잇는 DNA혁명이 인류에게 깨끗한
환경와 건강하고 풍요로운 복지사회(Biotopia)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실히
믿고 있다.
역사상 중요한 과학기술적 발명과 발견이 당초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재앙을 끼친 예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학기술적 성과가 아니였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복제를 위한 복제실험은 결코 해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이 기술을 동물에 이용하여 인류복지에 활용하는 연구는
계속되어야 하며 인간유전자를 조작하여 유전자치료나 유용생체활성물질의
생산등에 활용하는 연구도 정부가 마련한 "유전자 재조합 실험지침"을
지키는 범위내에서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과거에 경험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지혜를 짜내고 또한
생명과학자들과 일반대중이 생명공학에 대한 윤리의식이 확고하게 되면
우리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위험성들은 예방할 수 있으므로 이번 사건들에
너무 예민해하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