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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건강법"이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연세대 의대 황수관(52) 교수의 "신바람나게 웃고 살면 건강하게 살수 있다"
는 건강법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상식에 가까운 그의 건강법이 이처럼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어려운 의학
지식을 경상도 사투리와 유머넘치는 어투에 담아 간단 명료하게 대중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웃기는데서 끝나지 않고 곰곰이 되새겨봄직한 교훈이 담겨 있는 것도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황교수는 지난달 24, 25일 SBS방송에 출연한 이후 갑자기 유명인사가 된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깜짝 놀랐단다.

"3일만에 떴다. 황수관"이란 말이 실감난다는 것.

신문 방송사마다 인터뷰 출연교섭에 열을 올리고 있고 기업체들도 강사로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인기를 반영, 황교수는 예상되는 외부강연료및 책 인지대 수입으로
세브란스병원 건립기금 2억원을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해 또다른 화제를
뿌렸다.

눈코 뜰새없이 바쁜 그를 어렵게 만나 궁금증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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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정용배 사회1부 차장 ]]]

-신바람 건강법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야단들입니까.

"우리는 신나게 살기 위해, 그리고 보람있는 일을 하기 위해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 식생활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며 운동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기뻐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남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 그리고 고마움을 알고 기쁜 마음을 유지하면
우리 몸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져 혈압 대사 분비 장기 등이
모두 원만해집니다.

결국 마음이 곧 건강입니다.

이를 요약하면 웃으며 살자, 밥을 잘 먹자, 몸에 맞는 운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뻔한 상식이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은 지키기 쉬울 것도 같고 어려울 것도 같군요.

"제가 말하는 것은 아주 원칙적인 건강상식입니다.

어린아이들도 할수 있는 쉬운 방법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어렵게 생각하지요.

곰 쓸개 등 보약을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이 누런 것은 쓸개가 건강해서 담즙이 넘쳐 흘러 나온 것입니다.

쓸개는 쓸개빠진 사람들이나 먹어야 하지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쁜 마음이 곧 건강입니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나쁜지는 쥐를 실험해보면 알수 있죠.

쥐를 송곳으로 3일만 찔러 겁을 주면 쥐는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도
약해지고 위궤양에 걸립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운동을 하면 호르몬이 나와 스트레스를 해소할수 있죠.

갱년기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운동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어요.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은 매일 보약을 먹는 셈이지요.

몇 백만원씩하는 보약을 매일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못할 일이 없지요.

또 식생활도 중요합니다.

하루 세끼를 먹되 아침은 일꾼처럼, 점심은 황제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야 합니다.

아침을 굶고 점심은 가볍게 때우고 저녁을 거른채 술을 마시면 건강할래야
건강할 수가 없지요"


-항상 기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이를 터득하게된 계기라도
있습니까.

"저는 원래 기독교가정에서 자랐어요.

그러나 교회와는 취미가 맞지 않았어요.

목사님 설교가 모두 거짓말같아 정말 싫었어요.

집에서 교회에 나가라고 다그쳐서 교회는 다녔지만 정말 괴로웠습니다.

오죽하면 집에서 "탕자"라고 했겠습니까.

그런 제가 이렇게 변할수 있었던 것은 86년 9월 대구 어느 교회에서
였습니다.

외국 선교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하늘나라가 정말 있구나"하는 것을 믿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제 삶이 바뀌었습니다.

생활이 항상 기쁘고 즐거워졌습니다.

집사람이 바가지를 긁어도 모두 내탓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그렇게
가벼웠습니다.

생활패턴이 바뀌니까 나도 좋았지만 모두가 저를 좋아합디다.

제가 항상 웃으니까 환자들도 너무 좋아해요.

옛날 이를 악물고 죽자 살자 공부할 때는 마음에 즐거움이 없었습니다.

웃음이 없었죠"

-어찌보면 평범한 교수님의 얘기들이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건강에 대해 강연하는 내용에 특별한게 들어있는건 아닙니다.

남들과 같은 내용이지만 좀더 재미있게, 알아듣기 쉽게 강의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저녁을 거지처럼 먹어라"는 말이 있죠.

옛날에 5일장이선 다음날이면 농촌에선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장에서 닭이나 돼지고기 등을 사와서 저녁에 마구 먹어대니 탈이 난다는
거지요.

저녁을 적게 먹으라는 얘기를 이런 식으로 하는게지요.

또 "우유을 먹는 사람보다 우유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하죠.

많이 움직이는게 건강하다는 얘깁니다.

"두다리가 의사다"라는 식으로 운동을 강조하니 강의 효과가 더 나죠.

말 한마디의 여운을 남겨두면 듣는 사람이 뜻을 감지합니다"

-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는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고, 샐러리맨들은
명예퇴직이다, 조기퇴직이다 해서 분위기가 침체돼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신바람 건강법을 특별히 강조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영국의 처칠이나 프랑스의 드골 등 세계적인 정치인들은 나라가 어려울때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영국은 처칠 때문에 2차대전에서 승리할수 있었죠.

요한 웨슬레라는 선교사는 영국이 술과 마약으로 피폐해졌을 때 국민대운동
을 벌여 술집을 없애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신바람날 일이 없어요.

경제는 어렵고, 한보사태다, 노동법 파문이다 하면서 무겁고 우중충한 얘기
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각박하고 웃음없는 세상에 신바람 일으킬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저는 건강이 전문이니 건강 신바람을 일으켜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건강 스포츠 의학 방면에서 먼저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분야도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신바람을 일으키면 좋지 않겠습니까.

요즘 제가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알아봐요.

저를 보고 그냥 웃어요.

사람들이 상당히 신바람이 난 모양이에요.

뭔가 마음에 와 닿는게 있으니까 웃는거 아니겠습니까.

강의로 기쁨주고 즐거움주니까 사람들이 다 웃는 것이겠죠"

-황교수께서는 원래 의학을 전공하신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이듬해부터 경주에서 살았습니다.

7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나다 보니 돈 안드는 대학에 가야만 했습니다.

대구교육대에 들어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습니다.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 대구대 사회사업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졸업후 경북대 대학원에서 야간에 체육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낮에는 선생님하고 저녁에는 공부하고 힘들었죠.

대학원에서 평소 사람 몸이 움직일때 혈압 혈액 맥박 등이 어떻게 변하는가
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발견했구요.

그러나 의과대학을 나오지 않아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의대를 가자니 너무 나이가 많아 연구생으로 넣어달라고 했지요.

초등학교에 사표를 내고 80년 경북대 의대의 연구원이 됐지요.

한번은 의대에서 강의를 듣는데 누군가가 아는 체를 하면서 "선생님이
어렸을때 항상 꿈을 갖고 살라고 하신 말씀에 많이 감동을 받았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초등학교 제자였어요.

그당시 제가 돈 때문에 품은 뜻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자가 그런
얘길하니 창피하더군요.

다행히 경북대 의대 조교로 발령이 났습니다.

또 연세대에서 저를 받아줘 생리학교실 조교수로 임명되는 영광을 안았죠"

-아까 말씀하신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는 대목이군요.

"그 당시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죠.

여유가 없으니 웃을 일도 없구요.

그러다가 항상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갖기로 한 뒤로는 늘 즐거웠죠.

행복은 환경이 아니라 내 마음가짐에 따라 바뀔수 있는 것입니다"

-세브란스 병원기금으로 2억원을 내겠다고 하셨는데.

"지난달 교수회의에서 부총장님이 병원을 짓기로 했는데 돈이 없어
큰일났다는 거예요.

순간 제가 2억원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제가 방송도 타고 신문에도 나고 뜨니까 강연하고 받은 수수료나
책 판돈을 내면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2억원이 없어요.

미리 공개를 해버리면 약속을 어길수 없다는 생각에 내겠다고 공개한
것이지요.

제가 3천만원을 벌었다고 합시다.

공개적인 약속이 없으면 인간 마음이 변할 수밖에 없어요.

부총장님이 우시면서 "마음이 고맙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 요즘 뜹니다.

강의료 등으로 충분히 낼수 있습니다"라고 했지요.

요즘은 CF를 찍자고 전화가 옵니다.

또 강의도 수십군데서 들어옵니다.(10여장의 강의요청 팩스를 들어보이며)

기금으로 내라는 것으로 알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항상 감사하며 남에게도 기쁨을 주면서 살 겁니다.

국민건강 증진에 얼굴마담으로 다시 온 마음과 몸을 바칠 각오입니다"

< 정리=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