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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섬' 인사동을 살리자 .. 그 많던 화랑 자취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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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을 살리자"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

    현대화된 도시속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문화의 섬" 인사동을 살아숨쉬는
    문화명소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골동품가게와 화랑 필방 표구상 전통찻집과 음식점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공간을 이루고 있는 곳.

    전통과 현대, 그리고 문화와 생활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드려해도 만들기 어려운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인사동은 파리의 샹젤리제거리, 뉴욕의 소호, 북경의 류리창,
    모스크바의 아르바트와 같은 세계적인 문화의 거리와 견주어도 결코
    손색없는 문화명소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애정과 관심여하에 따라서는 세계적인 관광코스로도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한 인사동이 장기간 계속돼온 불황과 현대화를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밀려 휘청거리고 있다.

    인사동의 위기는 최근들어 화랑 등 이곳을 상징하던 업종들이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는 일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에서 실감할 수 있다.

    계속되는 불황을 견디지 못해 수십년간 인사동을 지켜온 화랑들이
    떠나갔다.

    문화관련업소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유흥업소가 들어선다.

    화랑보다는 수익성이 훨씬 높은 유흥업소들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빼앗아간다.

    올해초만해도 인사동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거리일대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년전통의 종각화랑이 문을 닫고 그자리에 신세대감각의 인테리어를 갖춘
    제과점이 들어섰다.

    몇 안되는 대형전시공간을 자랑하던 덕원갤러리도 경영난을 못이겨 1층
    전시장을 은행점포로 내줬다.

    중국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자주 마련하던 현화랑은 찻집으로
    변했다.

    지난 연말에는 성화빌딩 지하의 금호갤러리가 이전하면서 화랑이 점거했던
    이 건물 지하공간전체가 다른 용도로 전용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빌딩에 입주해있는 가나화랑도 건물주와의 임대계약이 오는 4월로
    만료돼 1층 전시장을 비워줘야 할 입장이다.

    뿐만이 아니다.

    인사동내 기존 한옥들도 하나둘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 아쉬움을
    더해준다.

    대신 현대식 건축물이 그 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사동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또다른 새로움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려는 신세대들의 발길도 부쩍 늘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전통문화의 향기에 젖어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을 겨냥한 카페나 유흥시설도 같이 따라들어와 인사동을
    변질시키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때문에 점포의 대부분이 문화관련 업소로 채워져 있던 과거의 명성은
    사라지고 지금은 8백여개 가운데 고작 4백여개가 남아있다.

    명성의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인사동의 미래.

    인사동을 오래 지켜온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인사전통문화보존회를 중심으로 인사동을 살리기
    위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인사동을 명실상부한 "한국문화의 얼굴"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최근 인사전통문화보존회의 새 회장을 맡은 이호재 가나화랑대표는
    의욕적으로 사업을 펴나가기위해 우선 청남빌딩에 정식으로 사무국을
    개설했다.

    그동안 인사동의 앞날을 놓고 관광특구로 지정해야 하느니 문화특구로
    만들어야 하느니 말만 무성해왔다.

    점포들도 낡아 당장 손을 보려해도 법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문화체육부는 가칭 "지역문화시설 건립촉진법"을 제정한다고 말만 꺼내
    놓고 함흥차사다.

    그러나 이제는 구상만 무성한채 몇해째 실행하지 못했던 계획들을 하나
    하나 실제로 시행에 옮기기 위한 힘찬 발걸음이 시작됐다.

    인사동을 우리의 역사와 생활 미술 음식문화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문화.관광특구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한 의욕적인 사업계획들도 내놓았다.

    인사동의 문화적 특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의 통일성을 살려나가는
    새로운 인사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인사동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나가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일정시간에 걸쳐 차없는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현재
    경찰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인사동의 분위기에 걸맞는 거리디자인 모델을 개발, 거리미관을
    새롭게 정비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가로등은 물론 간판 셔터에 이르기까지 인사동을 상징하는 고유의
    디자인으로 바꾸어 거리를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가꾸어 나간다는 것이다.

    인사동을 찾는 내외국인들을 위한 관광 및 쇼핑안내소도 종로와 안국동
    양쪽 입구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외국어능력을 갖춘 전문 가이드를 상주시켜 명실상부한 국제
    문화명소로 키워나가기 위해 종로구청과 장소협의를 마쳤다.

    보존회측이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것은 인사동의 성격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기위한 작업.

    이를위해 이미 들어와있는 비문화업종을 정리, 가능한한 업종전환을
    유도하고 새로 들어서는 문화관련 업종에 대해서는 행정 및 세제상의 특혜를
    주도록 관계당국에 건의해 놓고 있다.

    인사동의 전통문화를 지켜나갈 인사전통문화회관의 건립도 보존회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다.

    이호재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은 "회관건립을 위해 이미 장소물색을
    끝냈다"고 말하고 "앞으로 재원이 형성되는대로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사동을 새롭게 가꾸어 나가기위한 희망찬 청사진과 함께 최근에는 다시
    새로운 형태의 문화관련업종이 인사동으로 속속 들어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일반 대중들이 부담없는 가격에 아트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대형 아트숍이
    들어섰고 개량한복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복집도 3~4군데 생겼다.

    또한 중국과 인도 네팔 터키 태국 유럽 미국 등 세계각국의 민속예술품과
    골동품을 파는 전문 상가들도 10여군데나 생겨나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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