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태국경제 밑바탕 "흔들" .. '제2멕시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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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경제가 금융불안으로 최대위기를 맞았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 이은 이머징마켓(주요성장지역)으로 주목받았던
일도 ''화려했던 과거''로 돌려야 할 판이다.
국제금융계의 일각에서는 ''제2의 멕시코''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돌고 있다.
다행히 태국의 경우는 멕시코사태와 성격이 다르다는 진단이지만 "고름층"
이 워낙 두터워 현재로서는 회생을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태국증시에는 아시아금융시장에선 유례가 없던 일이 벌어졌다.
바로 금융관련 주식의 거래를 중지시킨 것.
태국증시에서 금융관련 주식은 싯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증시는 개점휴장을 한 셈이었다.
휴장사태가 화산폭발에 비유된다면 이를 불러온 마그마의 이동은 꽤
오랫동안 진행됐다.
태국정부는 92년 방콕국제은행단(BIBF)이란 기구를 만들었다.
주변국들을 뿌리치고 역외금융센터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곧이어 외자도입등에 있어서의 자유화조치가 취해지고 태국은행들은
저금리의 달러자금을 앞다퉈 끌어들였다.
BIBF자금은 당시 줘도 못먹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저리로 태국내에서
재대출됐다.
95년말 BIBF를 통한 외채는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같은 돈의 흐름이다.
외국으로 대출되거나 자국경제의 생산부문에 투입된게 아니라 그 대부분이
부동산건설에 들어갔다.
경기가 좋던 부동산시장은 그러나 95년부터 급전직하를 보였다.
제조비용이 더 낮은 중국에 밀려 수출신장세가 둔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냉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던 방콕시내의 오피스빌딩은 처치 곤란한 "쓰레기더미"
로 변해갔다.
정부기관들의 추산으로도 방콕에는 현재 33만~65만개의 사무실이 입주자를
찾지 못한채 비어 있다.
올해 신규물량이 나오지 않는다해도 현재 수요대로라면 최고 5년4개월이
지나야 해소될 수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동산컨설팅기관인 존스 랑 우통에 따르면 앞으로 4년동안 해마다 1백만
크기의 신규오피스가 쏟아져 나오게 되며 이가운데 순조롭게 입주자를 구할
수있는 것은 절반정도에 그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건설회사들도 타격을 받았지만 정작 빚잔치를 하게 된 곳은 건설붐의
자금줄이었던 파이낸싱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다.
지난해말 현재 이같은 과정을 통해 파생된 부실대출규모는 5천억바트(약
17조원)에 달한다.
파이낸싱회사들의 경우 전체대출의 25%정도가 묶여버렸다.
허약해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넘어갈 것이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달 28일 최대규모의 파이낸싱회사였던
파이낸스원이 태국다누은행에 넘어갔다.
금융관련주식의 거래중지는 이처럼 투기적매매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취해진 것이다.
한때 태국정부는 바트화(화)의 평가절하나 시장금리를 인하, 금융기관들의
채무액수를 경감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통화가치와 금리의 하락은 외국자본의 본격적인 이탈로 "멕시코
사태"를 자초할 수 있었다.
결국 지난11일 38억5천만달러의 긴급구제자금을 방출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농경사회에서 치수가 중요한 과제였다면 자본주의시대에는 치금이다.
한순간 돈의 흐름을 잘못 관리함으로써 파탄지경에 빠진 태국경제는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 이은 이머징마켓(주요성장지역)으로 주목받았던
일도 ''화려했던 과거''로 돌려야 할 판이다.
국제금융계의 일각에서는 ''제2의 멕시코''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돌고 있다.
다행히 태국의 경우는 멕시코사태와 성격이 다르다는 진단이지만 "고름층"
이 워낙 두터워 현재로서는 회생을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태국증시에는 아시아금융시장에선 유례가 없던 일이 벌어졌다.
바로 금융관련 주식의 거래를 중지시킨 것.
태국증시에서 금융관련 주식은 싯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증시는 개점휴장을 한 셈이었다.
휴장사태가 화산폭발에 비유된다면 이를 불러온 마그마의 이동은 꽤
오랫동안 진행됐다.
태국정부는 92년 방콕국제은행단(BIBF)이란 기구를 만들었다.
주변국들을 뿌리치고 역외금융센터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곧이어 외자도입등에 있어서의 자유화조치가 취해지고 태국은행들은
저금리의 달러자금을 앞다퉈 끌어들였다.
BIBF자금은 당시 줘도 못먹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저리로 태국내에서
재대출됐다.
95년말 BIBF를 통한 외채는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같은 돈의 흐름이다.
외국으로 대출되거나 자국경제의 생산부문에 투입된게 아니라 그 대부분이
부동산건설에 들어갔다.
경기가 좋던 부동산시장은 그러나 95년부터 급전직하를 보였다.
제조비용이 더 낮은 중국에 밀려 수출신장세가 둔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냉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던 방콕시내의 오피스빌딩은 처치 곤란한 "쓰레기더미"
로 변해갔다.
정부기관들의 추산으로도 방콕에는 현재 33만~65만개의 사무실이 입주자를
찾지 못한채 비어 있다.
올해 신규물량이 나오지 않는다해도 현재 수요대로라면 최고 5년4개월이
지나야 해소될 수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동산컨설팅기관인 존스 랑 우통에 따르면 앞으로 4년동안 해마다 1백만
크기의 신규오피스가 쏟아져 나오게 되며 이가운데 순조롭게 입주자를 구할
수있는 것은 절반정도에 그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건설회사들도 타격을 받았지만 정작 빚잔치를 하게 된 곳은 건설붐의
자금줄이었던 파이낸싱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다.
지난해말 현재 이같은 과정을 통해 파생된 부실대출규모는 5천억바트(약
17조원)에 달한다.
파이낸싱회사들의 경우 전체대출의 25%정도가 묶여버렸다.
허약해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넘어갈 것이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달 28일 최대규모의 파이낸싱회사였던
파이낸스원이 태국다누은행에 넘어갔다.
금융관련주식의 거래중지는 이처럼 투기적매매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취해진 것이다.
한때 태국정부는 바트화(화)의 평가절하나 시장금리를 인하, 금융기관들의
채무액수를 경감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통화가치와 금리의 하락은 외국자본의 본격적인 이탈로 "멕시코
사태"를 자초할 수 있었다.
결국 지난11일 38억5천만달러의 긴급구제자금을 방출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농경사회에서 치수가 중요한 과제였다면 자본주의시대에는 치금이다.
한순간 돈의 흐름을 잘못 관리함으로써 파탄지경에 빠진 태국경제는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