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권경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가열되고 있다.

이회창 신임대표 체제가 공식 출범한 17일 이대표와 "반 이회창" 진영
대선예비주자들은 각각 연쇄접촉을 갖고 상호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후보경선을 앞두고 대선주자군의 대세몰이 정지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대표 진영, "반 이회창" 그룹, 민주계 등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는
여권내 대선후보 다툼은 경선공정성 훼손가능성 공방에서부터 불붙기 시작
하면서 상호입장차에 따른 갈등으로 인해 조기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국면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와관련, "이회창 대세론"과 "민주계 결집"이란 두가지
큰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여권의 대선후보와 전체
대선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대표측은 한편으로는 후보경선의 공정성 보장을 약속하면서도 다른 한편
으로는 이대표를 뛰어넘을 만한 적임자가 없지 않느냐며 이회창 대세론을
전파하는데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이대표가 지난주말 이한동 고문과 회동한데 이어 이날 이홍구 고문을 만나
협조를 당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대표는 당직 개편이후 이날오전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당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공정성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질 것"
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당내 반이회창 기류에 대해서는 "당의 내부사정과 관련해 거슬리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실제와 다른 것으로 안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사를 내비쳤다.

이대표측 관계자들은 현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당의 단합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결속을 당부하면서 이를 통해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가겠다
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박관용 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선후보를 결정하는데 있어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며 "자유경선 과정에서 일부 소리가
나는 것은 감수해야겠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경선결과에 대해서는 승복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총장의 이같은 언급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대선예비주자들의 불복
탈당사태에 미리 쐐기를 박아두자는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당지도부의 공정경선 약속에도 불구, 반이회창 그룹의 불만은
증폭일로를 치닫고 있다.

이한동 박찬종 고문은 이대표 임명 자체가 공정경선 보장을 해치는 것이라며
연일 "반 이회창" 세력의 결집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두 고문은 지난주말 회동에서 공정경선 보장을 위한 당내특위를 구성할 것을
이대표측에 촉구했다.

이고문과 박고문은 이날 이홍구 이수성 고문과 각각 만나 공정경선의 필요성
을 강조했다.

이고문은 이번주중 강삼재 이상득 서청원 김철 의원 등 이번 당직 개편에서
교체된 전임 당직자들과도 만나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박고문은 18일 이대표와 만나 <>대표직과 경선활동의 분리 <>고문단회의
활성화 <>구체적인 공정경선 보장조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민주계 중진들과도 접촉, 연대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민주계는 민주계대로 실지 회복에 나섰다.

서석재 김덕룡 의원이든 이인제 경기도지사든 민주계 단일후보를 내세워
민주계가 정권 재창출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반이회창 진영은 외견상 "지금은 일단 민심수습에 나서는 것이 우선"
이라며 당내 불협화음이 외부로 비춰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으나 이회창
대세론을 조기 차단해야 한다는 의향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공정경선을 거듭 약속하고 이대표가 경선전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도 반이회창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이대표가
힘을 얻을 경우 상대적으로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대표측과 반이회창 그룹과의 갈등은 앞으로 경선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한차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당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경선규정을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만큼 대선예비주자간 샅바싸움이 치열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