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업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환율이 절하되면 수출업자에게는 채산성개선으로 나타나지만 수입업자
에게는 수입단가상승으로 표출된다.

또 미국 달러화표시 외채가 많은 기업에는 상환이자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환율절하가 반드시 우리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환율절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에서 환율의 이같은 2중성을 설명하면서 당장 수출이 어렵다 해서 인위적인
환율조작을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어야만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적절히
반영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 편집자 >

=====================================================================

지난 2월중순 달러당 8백80원까지 상승했던 달러당 원화환율이 한국은행의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8백50원대로 하락하더니 이후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원화절하를 억제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아직 원화가 더 절하될 여지가 크다는 심리가 확산돼
있는 것이다.

원화절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국민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거시적으로는 수출입과 경상수지, 그리고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GNP(국민총생산)나 투자 소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시적으로는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을 개선시키는 반면 수입가격상승과
외화부채의 원리금상환에 따른 부담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우선 원화가치의 절하는 수출물량을 증가시킨다.

채산성이 좋아진 수출기업들이 수출물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수출단가의
인하여지도 생겨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원화절하는 수입물량을 감소시킨다.

수입가격 인상으로 수입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다.

본 원구원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원화환율이 1% 절하될 때 수출물량은
첫분기 0.15%증가를 시작으로 증가율이 점차 커져 4분기에는 수출물량
증가율이 0.2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수출물량 증가율은 점차 작아져 9분기 이후에는 원화절하의 효과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9분기까지의 증가율을 모두 합칠 경우 수출물량은 1.7% 증가하게 된다.

원화절하에 따른 수입물량의 변화는 수출에 비해 크지 않다.

소비재보다 시설재의 수입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생산구조상 수출이
증가하면 중간투입재의 수입도 증가하기 때문에 원화절하의 수입물량 감소
효과가 작은 것이다.

심지어 원화절하 초기에는 수입물량이 증가할 수도 있다.

본 원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원화환율이 1% 절하될 때 수입물량은 첫분기와
2,3분기에 각각 0.05%, 0.06%, 0.04%씩 증가하다가 4분기에 들어서서야
0.0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수입물량 감소율은 제7분기 0.139%를 고비로 점차 줄어들게 된다.

9분기까지 변화를 모두 합칠 경우 수입물량은 0.4%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수입물량이 감소하게 되면 경상수지는 개선된다.

수출입단가가 불변이라는 가정하에 원화환율이 1% 절하될 때 경상수지는
원화절하 첫분기에 1억2천만달러 개선된다(지난해의 통관기준 수출액과
수입액 기준).

이후 2분기에는 2억3천만달러, 3분기에는 3억2천만달러, 그리고 4분기에는
6억8천만달러의 경상수지 개선으로 연간 총 10억6천만달러의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경상수지 개선효과는 지속되어 9분기후에는 총28억달러의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원화가치의 하락은 물가관리 당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기업의 생산비용 인상과 그에 따른 물가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993년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원화환율의 생산비용 인상효과를 보면
원화환율이 1% 절하될 경우 생산비용은 0.2% 상승하게 된다.

이를 생산자물가에서 사용하는 가중치로 계산할 경우 원화환율의 1%절하는
생산자물가를 0.27%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원화절하에 따른 생산비용 인상요인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중간수입재에 의존하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80년에는 원화환율 1%절하시 생산비용 인상요인은 0.29%였으나
85년에는 0.26%, 90년에는 0.22%, 93년에는 0.20%로 작아지고 있다.

생산비용 인상요인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의 가격전가 정도나
수요측면의 압력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원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약 40%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원화가 1%절하될 때 소비자물가는 약
0.11% 상승하게 된다.

원화절하는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지는 반가운
일이나 수입원자재 비중이 높거나 외화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로서는
원화가치의 하락이 그렇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원화가치 절하에 따른 생산비용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원리금상환에 따른 환차손의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원화절하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은 개별기업들의 수출비중, 수입원재료
비중, 외화 부채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수상운수업 항공운수업 도매업 등 외화매출비중이 높은 산업은 원화절하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

특히 수상운수업과 항공운수업은 선박 비행기도입 등에 따른 외화부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대부분 외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가스업 광업 통신업 등 외화매출액이 거의 없거나 적은 산업은
원화절하로 경상이익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경우 원화가 절하될 때 경상이익률은 대체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부품 기계 섬유 방송 및 영상기기 등의
수익성 개선은 뚜렷했다.

수출비중이 낮은 조립금속 제철제강 펄프 및 종이제품 등은 수익성 개선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또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높은 석유정제, 제1차 비철금속 등은
경상이익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원화절하에 따른 기업의 환차손을 살펴보면 12월 결산 상장기업들의
경우(1995년 결산기준) 달러당 30원이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환차손규모는
대략 3천9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외채의 원리금 상환에 따른 환차손은 대략 3천6백억원, 장기외채의
이자상환에 따른 환차손은 3백억원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원화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경제변수들은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원화절하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위의 분석보다 좀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원화절하로 수출이 증가하면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개선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경제주체들이 중요시하는 경제변수도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환율변화에 대한 평가도 그때 그때의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업도 자신의 자산형태와 매출형태, 그리고 생산구조 등에 따라 환율
변화에 대한 평가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원화가치의 절하가 우리 국민경제에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원화의 평가절하는 대외신용도를 하락시켜 자본유출을 야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원화가치가 절하추세에 있는 것은 그동안 우리경제의 대외
경쟁력이 과대평가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에 비해 더 빠르게
절하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인위적으로 원화가치를 절하시켜 기업의 채산성을 높여주자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지만 인위적으로 원화가치를 절상함으로써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과대
평가하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다.

지금 필요한 환율정책은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에 의해 원화가치가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적절히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 정리=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