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 첫 공판이 열린 17일 서초동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출입구에는
공판시작 2시간전인 오전 8시께부터 1백여명의 방청객들이 줄을 서 대기
하느라 혼잡을 빚는 등 사건수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

이날 공판은 12.12및 5.18사건 공판과 같은 장소에서 열렸지만 따로 방청권
을 배부하지 않아 시민들은 간단한 소지품 검색만 받고 입정해 재판을 방청
했으며 피고인들중 국회의원이 많은 탓인지 단체로 방청온 당직자들이 상당수
눈에 띄기도.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 순서와는 달리 권노갑 정재철 피고인을
제일 마지막에 신문하기로 순서를 정한뒤 "깃털론"의 실체를 밝히기 위함인듯
홍인길피고인부터 직접신문을 진행.

검찰은 직접신문에서 홍피고인이 정태수피고인과 알게 된 경위와 한이헌
이석채 전 청와대 경제수석들에게 산업.제일은행이 한보그룹에 4천7백여원,
조흥.제일은행이 2천2백억원 대출할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달라는 청탁을
했느냐고 신문했고 홍피고인은 "그렇다"고 시인.

<>.이번 사건의 장본인격인 정피고인은 96년 국정감사에서 국민회의 "재경위
4인방"이 한보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1억원을 건네받은 권노갑피고인이
이를 무마시켰다는 새로운 진술을 해 눈길.

정피고인은 검찰 직접신문에서 "권피고인을 직접 만나 청탁을 하려했으나
권피고인이 거절해 96년 10월 프라자호텔에서 정재철피고인을 만나 "4인방"
무마용으로 권피고인에게 건네달라며 1억원을 줬고 "4인방"은 국정감사에서
한보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

<>.마지막으로 피고인석에 등장한 권노갑피고인은 검사의 질문이 채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주장을 펴 한때 재판장의 제지를 받기도.

권피고인은 "93년초 정태수회장을 하야트호텔에서 만나 5천만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순수한 정치자금일뿐 동료의원을 무마해준 댓가로 받은
것이 아니다"고 강조.

검찰은 권피고인이 96년 3월 5천만원을 받을 당시 "정피고인에게서 받은
돈가방을 가지고 나가다가 호텔 종업원과 마주치자 다시 갖다줬다는데 이는
떳떳한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않느냐"며 반박.

<>.한보특혜대출의 배후로 기소된 홍인길의원에게 정태수총회장을 처음
소개해준 사람은 신한국당 의원인 김명윤 변호사였던 것으로 밝혀져 눈길.

홍의원은 이날 검찰 직접신문에서 "지난 90년께 정태수총회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한보그룹 경영과 관련해 여러가지 법률문제를 자문해주던
김변호사의 소개로 정총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진술.

<>.한보철강에 대한 시중은행의 거액대출과정에서 정지태 상업은행장은
다른 은행장들과는 달리 정태수총회장의 청탁을 받은 홍인길의원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출청탁을 거부한 것으로 뒤늦게 판명.

정태수피고인은 검찰 직접신문에서 "96년 12월 홍인길피고인에게 상업은행
에서 대출을 받을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으나 은행장이 거부해 실제로는
대출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

< 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