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야, 나는 너처럼 말 잘하고 재치있고 활력에 넘치는 재수생을 둔 것을
하느님께 감사한다.

너는 아주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 거란다.

재수있는 재수생이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시험에 실패하면 안돼.

알아 들었어, 우리 공주님!"

그녀는 미아를 싸안듯이 하며 커피하우스를 나온다.

미아는 새삼스레 엄마의 따습고 속깊은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나의 어머니는 정말 대단히 우리를 사랑하는 사려깊은 여성, 외롭고 서글픈
미망인의 생활을 슬기롭게 살아가고 있는 현숙한 여자.

우리는 그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뜨겁게 사랑한다.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수 없다"

미아는 골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면서 엄마의 손을 잡고 백화점옆의
긴 골목길을 벌판인듯 외치면서 겅중겅중 뛰어간다.

그러한 미아의 외침을 들으면서 공박사는 우리 미아를 이 험한 세상에서
구해줄 사람은 오직 자기밖에 없고, 일층 더 무섭게 감시하고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쏟아 요만큼의 빈틈도 없이 지키고 가꾸어 큰 나무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렇다.

지영웅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전에는 미아의 환상적
인 꿈을 깨부술 힘이 그녀에게 없다.

얼마나 호기심이 많고, 얼마나 탐미적인 꼬마 화가인가?

미술하는 사람은 속보다는 형태의 미를 더 높이 평가하고, 그 아름다움에
깊이 빠진다는 것을 공박사는 오랜 정신의학자의 경험에서 알고도 남는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공주님 미아.

너는 나의 모든 것임을 알지?

너는 나의 꿈이다, 꽃이다, 환상이다.

나의 우주이다.

나의 천사이며 하늘이다"

"천지신명이시어, 나의 오마니를 보호하소서.

그리하여 우리들을 언제나 태양처럼 비추어주고 크게 자라게 하소서"

집으로 향하는 기나긴 골목길에서도 모녀는 얼싸안고 포옹하며 애인들처럼
사랑을 뜨겁게 표현한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 나는 엄마를 사랑해.

엄마도 나를 사랑해, 엄마도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해"

그들은 작곡을 해 노래를 부르면서 골목을 활개치며 걷는다.

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미아는 아이리시 커피를 마신 광기로 미친듯이 외쳐댄다.

아빠가 살아 있었어도 이런 사랑의 과한 표현들이 자연스레 나올수
있었을까?

그들은 자기네 아파트로 올라가는 수위실이 보일때까지 사뭇 벌판이나
바닷가의 뻘을 걷는 기분으로 외쳐댔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해, 엄마는 우리를 사랑해.

우리는 엄마를 사랑해"

그들은 합창을 하다가 아빠라는 단어에 이르러 눈물이 글썽해진다.

누구보다도 미아는 엄마가 가엾다.

자기네는 좋은 남성을 만나면 행복해질수 있지만 엄마는 자기들을 떠나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기 전까지는 정말 불쌍하다.

두 모녀는 순간 그러한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갑자기 꽉 끌어안으며
울어버린다.

그들은 동시에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준다.

내사랑 미아, 내사랑 엄마.

나는 엄마를 사랑해.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