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이 마침내 지난 17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범정부적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의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음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동안 이 특별법은 그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노동법개정파문 한보사태
등 현안에 쫓기는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본회의 상정조차 불투명해
과거 92년과 94년 의원입법으로 제정을 추진하다 무산됐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논란이 돼온 핵심쟁점은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목표치를 총예산의
5%로 특별법에 명시할 것이냐의 여부였다.

이 문제는 야당측의 양보로 법에는 명시하지 않되 정부가 오는 6월말까지
수립할 과학기술혁신5개년계획에 "총예산의 5%"를 명시하기로 절충됐다.

이같은 결말은 특별법의 성격상 정부의 연구개발투자확대 의지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주장에 비추어
다소 미흡한 감은 있지만 정부예산운용의 경직성을 피할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여진다.

이번 특별법은 입안과정에서 정부부처간 할거주의에 따른 마찰
등으로 당초취지가 퇴색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특히
포괄적인 과학기술문화창달을 위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면 문제해결을 목적으로한 5년 한시법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하겠다.

과거 연구개발전략의 중점이 선진기술의 모방에 두어졌던 시기의
과학기술적 과제는 선진기술을 신속히 도입, 이를 국내에 폭넓게
확산시킬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술독점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오늘날에는 창의적인
기초과학 진흥이나 독자적인 혁신능력의 배양이 과학기술적 과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에 필수적인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에 걸쳐 폭넓은 과학기술 문화적기반이 형성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볼때 이번 특별법이 강조하고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문화적
접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특별법과 관련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적문제들은 법을 하나 더 만들었다고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정부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만든 과학기술관계 법령이 2백개를
넘고 있는 현실만 봐도 금방 알수 있는 일이다.

이제 특별법이 또하나의 그렇고 그런 법령으로 묻혀버리느냐, 아니면
21세기 과학기술 7대선진국 진입을 위한 도약대가 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하기나름이라고 본다.

정부는 과기혁신 5개년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과거의 산만하고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벗어나 특별법의 기본정신을 관류하는 현실성있고
목표가 뚜렷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