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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다시 급등기미를 보이고 있다.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대응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보는 최근 "기업들 외환관리 이대론 안된다"라는 기획연재물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허술한 외환관리 실태와 후진적인 시장구조를 점검해 보았다.

그러나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선진기업들은 나름대로 외환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는 선진외환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 이들 기업을 소개함으로써
뒤처져있는 국내 여타 기업들에 벤치마킹 모델로 제공하고자 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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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경의 재무지원실은 요즘 사내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다.

김승정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칭찬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자금관리부서인 재무지원실은 올들어 50억원이상의 환매매익을 올렸다.

올들어 7백80원대에서 사들인 1억달러규모의 선물환(1개월물)이 830원대로
오르면서 발생한 이익이다.

원래 의도는 "헤지"였으나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투기"가 돼버렸다.

김천우 자금팀부장은 "지난해 7월부터 국내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내
선물환제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내선물환제도는 내부적으로 정해진 기간별 선물환가격에 따라 일선
영업부서와 외화자금부서간 선물환을 거래하는 제도.

영업부서로서는 손쉬운 헤지와 함께 자금관리의 번거로움을 줄일수 있고
자금부서 입장에서는 사내 외환포지션을 통합관리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주)선경을 제외하고는
없다.

김승정 사장은 "지난해부터 환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환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도입이유를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주)선경은 한해 55억달러에 달하는 모든 자금거래를
헤지하는데 성공했다.

"이러다가 갑자기 원화가 절상되면 엄청난 손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때 제기됐었지만 이제는 쏙 들어간 상태다.

상황이 달라지면 대응을 달리하면 된다는 얘기다.

사내선물환거래는 재무지원실과 10개 영업본부(유화1, 2 철강 직물 패션
플랜트 광학전자 정보통신 신규사업 개발사업부)간에 이뤄진다.

현재 스와프마진(내외금리차이를 반영한 가격폭)은 하루 15전.

실제 선물환시장의 스와프마진인 17전수준보다 다소 낮지만 여러가지 시장
여건을 감안, 15전으로 책정해 놓았다.

영업부서는 이 가격으로 재무관리실과 선물환을 주고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은 각 영업본부에 귀속된다.

재무관리실은 시장여건을 살펴가며 자체가격을 조정하는 한편 영업본부에서
넘어온 포지션을 외환시장에서 헤지해 나간다.

주요 수단은 선물환이지만 경우에 따라 외화예금과 현물환시장의 스포트거래
(3일 결제)도 이용하고 있다.

(주)선경은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 4백31억원의 환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외자도입분 등에서 발생한 4백억원의 환차손을 빼면 순수 31억원의 순익이
발생한 셈이다.

예상치못한 환율급등으로 지난해 국내기업의 환차손 전체규모가 3조원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만한 성과이다.

달러화 외에 마르크 엔 리라 등 다른 통화를 1백% 헤지해온 점도 환차손을
줄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한다.

(주)선경의 강점은 또 있다.

권한의 대폭적인 하부이양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그것이다.

우선 딜러들은 세부거래내용을 사전에 결제받지 않는다.

전체 관리내역도 임원실에 사후보고된다.

대신 담당자들이 자주 만난다.

최소 1주일에 세번이상 회의가 열린다.

전자사서함을 통한 미팅은 하루에도 수차례 이어진다.

자금팀의 강지영 대리는 "단단한 팀웍과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우리팀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