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 맥매스터대학 의대에선 우리 고정관념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

우선 교수가 취임할 때 대학당국에 "학생들에게 지식을 직접 전수하면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각서를 제출한다.

이 각서는 "대학생이 배워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총장 신념에 따라 생겨난 제도다.

신입생들은 교수로부터 느닷없이 "진료기록카드"를 받고 "무슨 병인지
알아내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들은 카르테 안에 "뇌에 당이 나온다"는 증상을 근거로 내과교과서를
훑어 당뇨병이란 사실을 알아 낸다.

그러면 교수는 "당분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어떻게 대사되느냐"고
묻는다.

그들이 생화학교과서에서 해답을 찾아내면 "지방의 대사"를 또 숙제로
받게된다.

일년간 기초의학을 배운 의대생들은 2학년이 되면 미리 훈련된
배우들에게 문진의 훈련을 받는다.

"모의환자"들은 시간당 6달러씩 받기때문에 시간을 끌기위해 생떼를
쓰지만 학생들은 친절하게 진료를 해야 한다.

그들이 3학년이 되면 병동에서 "진짜환자"를 진료하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이 맥매스터방식은 세계 교육계의 주 목을 받아 네덜란드.호주.일본
등지에서 일부 수업에 실시되고 있다.

학문의 세계란 젊었던 때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개발할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은 창의성을 개발하기 보다 주입식위주인게
대부분이다.

이래선 국제 경쟁력에서 뒤질수밖에 없다.

학생선발과 교사임용, 교육과정 등에서 대폭 자율성을 부여받는
"탈규제학교"가 오는 2학기부터 시범운영된다고 한다.

교육부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으로 학교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
부산등 평준화지역에서 초.중교 각1개교, 고교 2개교씩을 시범학교로
선정할 계획이라 한다.

우리 사회에 "탈규제학교"가 탄생한다는건 반가운 일이다.

다만 "탈규제학교"출신 고교생이 "규제학교"출신 학생들보다 현행
대학입시제도에서 얼마만큼 성적을 올릴수 있느냐는 새 "탈규제학교"의
성패를 가름하는 현실적 문제가 되지않을까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