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국제공동연구로 진행중인
바실러스 서틸러스균(고초균)의 유전체(게놈)염기서열 해독작업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제공동연구팀은 총 4천2백킬로베이스(kb.한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수
있는 유전정보, 염기수로는 1천개)에 달하는 고초균의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작업을 이달말까지 완료하고 오는 7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제9차
바실러스균 국제학술회의에서 그 성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고초균의 유전체 연구는 지난 89년 프랑스 2팀, 영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각 1팀등 유럽의 5개 연구팀에 의해 착수된 이래 활성화되기 시작,
세계각국의 30여개 연구팀이 부문별 유전자의 염기서열 해독작업을 맡아
수행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생명공학연구소 응용미생물연구부 박승환 박사팀이
과학기술처의 한.프랑스 국제공동연구과제를 위한 자금지원으로 지난
95년부터 이연구에 참여, 할당량인 54kb(전체 유전체의 1.3%)의 염기서열
해독작업을 끝낸 상태이다.

박박사팀은 현재 이 연구과정에서 발견된 다수의 새로운유전자에 대한
기능분석연구를 가다듬고 있다.

고초균은 바실러스속의 균주이다.

바실러스는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그람이란 사람의 분류법)으로
구분되는데 고초균은 그람양성균을 대표하며 그람음성균은 대장균이
대표균주로 꼽히고 있다.

고초균과 대장균은 20억년전 하나의 종에서 갈라져 각각 토양과 동물의
장을 서식지로 삼으며 진화해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두균주에 대한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작업은 미생물이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를 변화시키며 진화해왔는지를 밝히는데 필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장균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4천6백40kb)은 이미 미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두 균주에 대한 유전체연구는 또 미생물의 포자형성등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규명은 물론 인간생활에 필요한 각종 유용물질 생산을 위한
균주개발연구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균주는 단백질 전분 섬유소분해효소등 산업적으로 중요한 효소와
항생물질등을 생산, 분비해 외래 유용단백질과 약리활성이 있는 다양한
2차 대사산물 생산숙주로서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균주는 물론 GRAS(일반적으로 안전한)미생물로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박박사는 "고초균은 그람양성균중 가장 많이 연구된 균주이지만
새로이 드러난 오픈 리딩 프레임(유전체의 일부로 유전자가 될 수 있는
기본구조를 갖춘 단위)의 30%~50%가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 같지 않고
기능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박사는 또 "유전체에 대한 연구는 개척지에 말뚝을 박으며 자신의
영토를 넓혀가는 것과도 닮았다"며 "산업적으로 응용가능성이 큰
균주를 중심으로한 독자연구기반을 쌓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