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가 인터넷에 부활했다.

식민지 시대의 역사 바로 알리기에 뜻을 둔 20여명의 젊은이들이 "인터넷
반민특위"를 구성한 것.

이들은 지난해 8월15일 인터넷에 "겨레의 거울"(http://168.126.238.33/
banmin/)이란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지난 48년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해 구성됐다가 국회 프락치사건과 경찰의
기습테러 등으로 좌절된 "반민족행위 특별조사 위원회"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 홈페이지는 대표적인 친일인사 1백여명의 명단과 친일단체들의 활동사항
및 관련사진을 담고 있다.

인터넷 반민특위의 기획을 맡고 있는 김종연(28.서울대 지리교육과 인터넷
스쿨 조교)씨는 "젊은 네티즌들에게 친일파의 행적을 알려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인터넷 반민특위 설립은 지난 5월 한 여대생이 인터넷 BBS인 "키즈"에
"김활란 박사의 업적"에 관한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곧바로 김활란 박사는 대표적인 친일인사라는 한 회원의 반박문이 게재
되면서 한달여의 친일파시비 논쟁이 촉발됐다.

급기야 이 논쟁에 참여했던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반민특위가 구성
됐다.

김씨는 그들의 초기 활동이 해방시대의 반민특위와 마찬가지로 곧 난관에
부딪쳤다고 들려준다.

일부에서는 "정신없는 애들이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질책했다.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선량한 사람을 친일파로 투고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서로를 격려해가며
정보수집과 웹사이트 구축 등의 작업을 계속했다.

뜻을 같이 하는 회원들도 80명으로 늘어 십시일반 일을 도왔다.

그는 "인터넷 반민특위는 친일파 개인에 대한 절대적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네티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
했다.

친일인사들에 대한 평가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
이다.

그는 한글로 구성된 홈페이지를 영어로도 제작, 외국의 한인학교와 교포
2세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무명의 민족운동가와 정신대문제 등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글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