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 한국종합기술금융 영업2본부 대리 >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듯 나역시 학창시절에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결국 선택한 나의 길은
벤처캐피털리스트.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업무영역은 벤처기업의 초기 창업지원에서부터 기업
공개및 사후관리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업무는 벤처기업에 대해 투자여부를 결정
하는 투자심사역이다.

고도의 기술력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벤처기업".

이러한 벤처기업을 발굴, 우량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벤처"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모른채 이 길을 걷게된지 어언 5년째.

벤처캐피털에 관해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때 나는 한국종합기술금융에서
직장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지구촌의 글로벌화, 다품종소량생산체제가 더욱 진전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로 볼때 환경의 변화와 기술혁신에 재빨리 적응할수 있는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벤처캐피털의 심사담당자로서 나의 역할을 "진흙속에서 진주를 찾는 일"에
비유하고 싶다.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 투자할만한 가치를 지닌 기술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찾아내는 과정은 자기와의 끊임없는 고독한 투쟁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산고를 거쳐 탄생한 벤처기업들은 오랜 시간동안에 걸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고뇌와 노력의 결정체인 것이다.

나는 요즘 그 이면을 살펴보지 않은 채 몇몇 성공한 벤처기업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좇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수 없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자신의 신념과 판단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의사결정
을 할수 있다.

반면 전문적인 기술지식과 금융기법뿐 아니라 관련산업의 기술동향,
미래를 볼수 있는 안목, 그리고 경영자의 자질을 판단할수 있는 분별력
등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책임감도 아울러 요구된다.

잘못된 투자심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에 의해 개발된 기술이 사장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끌고나갈 벤처기업의 탄생을 지원하기 위해 오늘도 내 책상위에
수북이 쌓인 투자심사보고서들을 넘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