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의 충실한 해석을 강조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음악적 영감을 중시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관현악을 시로 풀어쓴 브루노 발터와 오페라를 시처럼
해석한 툴리오 세라핀, 지휘계의 황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묵묵히 음악의
순수성을 지킨 요제프 카일베르트, 동양인으로서 서양의 음악정신을 자신만만
하게 정복해버린 오자와 세이지와 한국의 기린아 정명훈.

금세기 최고 지휘자들의 명연주를 비교 감상할수 있는 편집음반이 나와
화제다.

EMI클래식스가 작고한 "불멸의 거장"들의 연주를 모은 "전설적인 지휘봉
(Legendary Baton)"과 현재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지휘자들의 음악을
담은 "마법의 지휘봉(Magic Baton)"등 2종의 음반을 내놓은 것.

"전설적인 지휘봉"에는 연주해석에 있어 양극단에 서있는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를 비롯 바인가르트너 멩겔베르크 비첨 스토코프스키 바비롤리
카라얀 등 20세기 클래식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23명의 음악이 실려 있다.

"마법의 지휘자"에는 현존 지휘자중 장로격인 85세의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로부터 37세의 차세대 젊은 주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까지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25명의 연주가 담겨 있다.

볼프강 자발리쉬, 네빌 매리너, 콜린 데이비스, 미하엘 길렌, 로린 마젤,
주빈 메타, 제임스 레바인, 앙드레 프레빈, 사이먼 래틀 등 쟁쟁한 거장들의
개성있는 연주가 망라돼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바스티유오페라관현악단과 연주한
생상스 "삼손과 데릴라중 바카날"도 실려 있다.

연주곡은 2분이 채 안되는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피날레"부터 약 17분정도
길이의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바느"까지 다채롭다.

편집음반의 특성상 충분한 길이와 여유를 갖고 개개인의 음악을 음미하기는
어려운게 사실.

하지만 지휘자의 개성에 따라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한 음반이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