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로 제작되는 영화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영화기획자나 신인감독들이 조건이 까다롭고 간섭이 심한 대기업
보다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어느정도의 선까지만 이윤을 회수하고 나머지는
영화제작사에 남기는 벤처캐피털을 선호하기 때문.

창업투자회사들도 영화제작 지원의 경우 일반중소제조업에 비해 자금을
훨씬 빨리 회수할 수 있어 투자에 호의적이다.

창투사들의 영화제작투자가 본격화된 것은 96년초 일신창투와 장은창투가
각각 9억원씩 투자한 "은행나무침대"가 빅히트를 기록하면서부터다.

이들 회사는 원금을 회수하고도 9억여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본투킬"(일신창투,한림창투), "피아노맨"(일신창투,장은창투),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동양창투), "체인지"(일신창투), "용병이반"
(기은개발금융), 애니메이션 "아마게돈"(신보창투), "아기공룡둘리"
(한국종합기술금융)등 벤처캐피탈이 들어간 영화가 줄을 이었다.

이같은 벤처캐피털의 영화계 유입은 아이디어만 좋으면 "실탄"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져 영화제작사 창설 붐이 일기도 했다.

지금은 10억여원이 투자된 "아마게돈"과 "용병이반"이 흥행부진으로 큰
손실을 보면서 거품이 많이 제거됐다.

영화제작투자에 가장 의욕을 보이는 회사는 "은행나무침대" "체인지"로
톡톡히 재미를 본 일신창투.

곧 제작에 들어가는 강우석감독의 "친자확인", 장윤헌감독의 "접속"에
제작비 전액을 투자할 예정.

이밖에 신풍창투가 11억을 투자한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가
4월초 개봉된다.

한국기술투자금융은 현재 제작중인 액션물 "데들리 타이드"와 SF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에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