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자체가 화려하거나 튀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옷은 입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야죠.

색을 많이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요란하지 않고 입는 사람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받쳐주는 옷을
만들겠습니다"

여성 캐릭터캐주얼 "데무"(보우무역.대표 최병문) 디자인실장
박춘무(43)씨는 간결한 모노톤 의상으로 일관된 이미지를 만들어온
고집스런 패션인이다.

탄생 9년째인 그의 브랜드 "데무"는 터프하면서도 절제된 고유 라인을
인정받으며 유행에 관계없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평가에 대한 그의 조심스런 분석은 "기초부터 시작한 탄탄한
현장경험".

그가 옷과 함께 생활한 것은 70년대 후반부터.

아동복과 수영복을 만들던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면서 대학진학길이 막히자
스무살에 현업에 뛰어들었다.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떼다가 명동 제일백화점(현 유투존) 매장에
공급하는 것이 그의 일.

산더미처럼 쌓인 제품중 팔릴만한 옷을 고르는 일을 7년동안 했다.

남다른 눈썰미와 날카로운 현실감각은 이때 얻은 것.

직접 디자인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81년 홍익공전 도안과를 졸업하면서.

의류 보세무역을 하던 남편(보우무역대표)과의 만남은 이 꿈에 날개를
달아줬다.

88년 압구정동에 "데무" 첫 매장을 열었고 이름이 나자 롯데등
백화점에 입점하기 시작했다.

"데무(DeMoo)"란 "무에서 시작한다(de는 프랑스어로 "~에서부터"란
의미)"는 뜻.

현재 매장은 20곳이며 96년 매출은 1백80억원.

95년부터 신진그룹 "뉴웨이브 인 서울"에 참여하고 96년 9월부터 파리
프레타포르테전에 참여하고 있다.

컬렉션을 통해 영국 프랑스 미국 홍콩등에서 수주도 받았다.

현지의 평가는 매우 모던하고 독특하다는 것.

매출이라는 현실때문에 욕심을 줄여야 하는 국내시장에 비해 개성을 살릴
여지가 많은 해외무대에는보다 창의적인 작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안에 파리에 매장도 낼 계획.

그의 목표는 차분하게 정돈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작품만 만드는 것이다.

매장이나 매출도 늘리지 않을 생각.

"옷장사의 현실감각"과 고집스런 패션관을 함께 갖춘 만큼 누구보다
탄탄한 디자이너로 자리잡으리라는 게 주변의 기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