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임꺽정"이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꺽정의 처 운총이 토포군의 손에 잡혀 자결하고 청석골 산채는 한줌의 재로
사라진다.

4월6일 44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임꺽정"의 마무리 촬영이 한창인
강원도 철원 매월대의 청석골 오픈세트.

촬영을 앞두고 모닥불로 추위를 달래는 스태프들의 모습에는 긴장과 초조함
이 엿보인다.

짜릿한 광경을 보기 위해 모여든 동네주민 1백여명은 숨을 죽이며 촬영현장
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소방차 2대가 대기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천왕동이네 마당에서는 운총(김원희)이 김한영 PD와 정두홍 무술감독의 연기
지도를 받고 있다.

장난기 어린 표정에 웃음을 띠고 연습하던 김원희는 큐 사인이 떨어지자 곧
운총으로 변신한다.

운총은 토포군 대여섯명을 거뜬히 때려 눕히지만 결국 잡히고 꺽정의
아내답게 자결을 선택한다.

부분촬영을 다시 한 후 스태프들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청석골 산채가
불타는 장면을 찍기위해 자리를 옮긴다.

"NG 없다. 한번에 가야 한다"

불길이 일단 치솟으면 통제가 불가능한 만큼 김감독은 긴장된 목소리로
지시한다.

아래쪽부터 차례로 불길이 올라온다.

김감독은 조금이라도 그럴듯한 장면을 담기 위해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재가 눈처럼 날린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짝이 없다.

새벽 3시까지 진행된 촬영에도 불구하고 피곤해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여기저기서 막걸리 파티가 벌어진다.

2년이상 "임꺽정"에 매달렸던 김감독은 "시원섭섭하죠. 아마 시원한 쪽이
더 많을 걸요"

2년여에 걸친 제작, 5백명이 넘는 출연진, 편당 최고의 제작비 등으로
화제를 낳았던 "임꺽정"은 30%를 넘는 시청률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아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 철원=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