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들을 갑자기 떼죽음시키는 전염병이 대만에서 발생, 대만은 물론
동아시아경제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만판 광우병" 파동이라 불리는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대만 남부지방의
핑퉁농장.

지난주 이 농장에서 "구제역"이란 급성전염병이 첫 발견된 이후 대만
전역에서 1주일만에 4만마리의 돼지가 죽었다.

대만에서 "구제역"이 돌기는 83년만에 처음으로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년전 영국이 "광우병쇼크"를 앓았듯 지금 대만경제도 심각한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 일본등 주요 수입국의 전면 수입금지조치도 대만의 경제위기를 가중
시키고 있다.

이를 반영, 지난 금요일 대만 증시는 하룻만에 2백62.60포인트(3.09%)가
떨어지는등 11개월만에 하루낙폭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만의 돼지산업은 연간 30억달러규모.

매년 1천2백만마리의 돼지를 생산, 이중 60%를 수출하는 "핵심 산업"이다.

돼지산업 종사자는 대략 7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갑작스런 실업증가로
최근 실업률이 5년만에 최고치인 2.7%로 치솟았을 정도다.

대만 정부가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쇼크가 회복되는데는 최소한
3~5년 걸릴 것"(K.C.리 경제기획개발위원회 부회장)는 분석이다.

대만 돼지쇼크는 즉각 일본 한국등 주변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평균 1만6천톤의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대만 돼지고기의 최대 최대수입국인
일본은 사태발생직후 돼지를 물론 소 양 닭등 대만산 우지류동물과 이를
재료로 만든 생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지난해 1천3백97톤의 대만돼지 고기를 수입한 한국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대만 돼지수출이 조만간 정상화되지 않으면 동아시아지역의
돼지고기값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물론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의 돼지산업관계자들은 "햄과 소시지를 위한 덴마크산 냉동돼지의
재고가 아직 많은 상태여서 앞으로 몇달간은 별다른 가격변화가 없을 것"
이라며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폭등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돼지뿐 아니라 소 양고기 등도 수입이 금지되어 있어 어쩌면
이들 품목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축산농가는 당분간 "대만돼지"를 주시할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