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1997.03.24 00:00
수정1997.03.24 00:00
흑백의 세상도
천연색으로 뵈던 때는
대접으로 퍼 마신 뜨물술에 젖었어도
사랑 야망 데모 농활......같은
때묻지 않은 고민으로
맑은 눈물 뿌렸는데
왜 이런가 이제는
유리잔에 얼음 채운 말강술을 마셔도
눈곱 낀 눈물조차 말라버리고
구린내 풍기며 떠도는 이야기로
뻣뻣이 굳어가는 혀끝을 풀어봐도
총천연색 이 봄날은
어둑어둑 저무는 흑백으로 보이다니.
시집 "누이"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