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보철강에 대한 거액대출이 이뤄진 경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은행감독원과 관련 은행들은 전전긍긍하는 표정이 역력.

검찰은 특히 은감원의 특검결과 제일 산업 조흥 외환은행의 대출과정이
위규투성이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재라인에 있던 임직원을 소환조사키로해
경우에 따라선 은감원으로부터 문책을 받은 31명중 사법처리되지 않은 28명
전원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실제 이들 4개 은행은 모두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과정에서 <>사업성 검토및
여신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여신취급이 불철저했고 <>지원한도를 초과하면서
까지 여신을 취급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적발됐다.

따라서 이들 은행의 대출과정을 따지고들면 외압을 행사한 주체와 한보철강
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감독원 고위간부는 물론 현직 은행장과 임직원들이 옷을
벗는 상황이 초래될 전망이다.

<>.검찰이 채권은행은 물론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은행감독원 등에 대해서
도 대출개입여부를 따질 것이란 소식을 접한 은감원은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이수휴 원장 등 은감원 고위간부들은 휴일인 23일 전원 출근한데 이어
이날도 수시로 구수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몰두.

특히 김용진 전 은감원장이 소환대상으로 거론되자 현직 간부들도 검찰에
불려가는게 아니냐는 긴장된 분위기.

은감원은 일단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보특위의 조사에 대비하는 한편 검찰의
본격 수사에는 그때 그때 대응한다는 입장.

그러나 은감원에 대한 의혹의 시각이 진작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에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태.

<>.조흥은행은 은감원의 징계를 받은 임원이 대거 은행장이나 전무로 승진해
자칫 재수사 여파로 은행장 유고 등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

조흥은행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의적경고를 받은 장철훈 당시 전무
가 구속된 우찬목 행장의 뒤를 이어 행장으로 승진했으며 역시 주의적경고를
받은 허종욱 여신담당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상태.

한 관계자는 "갖은 풍파를 딛고 어렵사리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했는데
검찰의 수사로 행장과 전무가 줄줄이 다친다면 1백년 전통의 은행이미지가
국내외에서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

<>.제일은행은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의 유시열 행장 체제로 "은행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마당에 검찰의 재수사로 어떤 악영향을 받을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

이는 은감원의 특검결과 신광식 전 행장 등 8명의 임직원이 징계를 받아
은행중 가장 많은 처벌을 당했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따른 사법처리 대상자도
그만큼 많아질 우려가 크기 때문.

은감원의 징계자중 이철수 신광식씨 등 두 전직 행장은 이미 구속된 상태고
한보여신과 관련된 신중현 박석태 상무및 홍태완 감사는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끝난 상태.

그러나 주의적경고를 받은 이세선 전무가 그대로 전무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박용이 상무는 지난번 주총에서 감사로 선임돼 결국 전.현직 임원 5명과
여신담당 부서장 1명 등 모두 7명이 조사대상인 셈.

<>.외환은행은 장명선 행장이 지난번 중간수사에서 금품수수관련 조사를
받았으나 이번에 조성진 박준환 두 전무 등과 함께 다시 수사대상에 올라
은행 전체가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중.

장행장은 이달초 사내방송을 통해 자신의 임기가 오는 6월이지만 한보대출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국회의 한보특위 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중도퇴진
하겠다고 밝혀 안정돼가는 모습이었으나 다시 "한보태풍"에 휘말리고 있다.

<>.산업.서울은행 등에서도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산업은행의 경우 김시형 총재와 이형구 전 총재의 사법처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한보대출 물꼬를 터준 은행이라는 점에서 직원들의
걱정이 태산.

서울은행도 행정사면으로 지난 93년 이전에 이뤄진 대출에 대한 행정책임을
면제받게돼 은감원의 징계대상에서 제외됐으나 검찰의 전면재수사로 금품수수
등 형사책임을 질 사안이 불거져 나오지 않을까 걱정.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