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조훈현의 반격이냐, 배달왕 이창호의 2연승이냐"

4년연속 사제대결이라는 전통으로 흥미를 더하고 있는 제4기
한국이동통신배 배달왕기전 도전5번기 제2국이 24일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이날 대국장에 임한 두 기사의 표정은 예전 대국때와는 달리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조훈현 9단은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동양증권배 세계 바둑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창호 배달왕은 지난주 열린 LG배 세계 기왕전에서 숙적
유창혁 9단에 내리 2연승, 1승만 더하면 대회정상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에
있기 때문.

두 기사는 이 한판이 상승세의 디딤돌이 될수 있는 중요한 대국이라는
각오로 마주앉았다.

이날 힘과 힘의 대결양상을 보이며 현재 1백여수까지 진행된 바둑은
초반 우하귀에서 시작된 싸움이 중앙으로 옮겨지면서 일대 혼전이 벌어져
한 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포석단계에서 흑을 쥔 조9단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양소목을 선택해
변화를 모색했고 이9단은 화점포석으로 맞섰다.

그러나 바둑은 포석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혼전을 예고했다.

우하귀에서 흑7이 놓이자 백8로 맞서 "눈사태 정석"이라는 복잡한
바둑이 펼쳐졌다.

이 결과를 놓고 검토실의 한 기사는 흑은 귀의 백3점을 잡으면서
우하변에서 실리를 확보했지만 백도 중앙과 우변중앙에 세력을 형성해
두 기사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둑은 우하귀에서 중앙으로 전단이 이어지는 외길 정석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엔 이창호9단이 변화를 모색했다.

백40과 흑41을 교환시킨뒤 다시 42로 저치는 강수를 구사하자 흑도
질세라 43으로 맞서 난전의 소용돌이로 빠졌다.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조9단은 좌상귀 백 한점을 포위했으나 이를 외면한
이9단은 중앙의 흑대마 사냥에 나서는 등 바둑은 "힘대결" 양상도 보이고
있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