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이 귀중한 1승을 챙기며 배달왕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조훈현 9단은 24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기 한국이동통신배 배달왕기전
도전5번기 제2국 (한국경제신문 주최, 한국이동통신 후원)에서 이창호
배달왕을 맞아 흑으로 1백93수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1승1패를
기록했다.

이날 조9단은 중반까지 불리했던 바둑을 중앙하변의 흑대마를 살리면서
8시간에 걸친 대역전극을 펼쳤다.

포석단계에서 흑을 쥔 조9단은 예전에 볼수 없던 양소목을 선택하며
변화를 모색, 포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둑을 혼전으로 유도했다.

이9단도 우하귀에서 흑7이 놓이자 백8로 응수, "눈사태 정석"이라는
복잡한 바둑으로 맞섰다.

중반까지는 이9단의 페이스였다.

이창호 배달왕은 흑55의 실착을 틈타 백56으로 허를 찔러 중앙에서
세력을 부풀리고 흑대마 사냥에 나서면서 대국을 유리하게 이끈 것.

그러나 관록의 조9단은 중앙 흑대마를 교묘하게 살리면서 역전분위기로
만들고 이후 좌변 패감으로 오히려 하변의 백대마를 잡으면서 이9단의
항복을 받아냈다. (75...66, 137...19, 146...140)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중앙 흑대마의 사활.

두 기사는 불과40여수를 두는데 4시간 가까이 소비하면서 일진일퇴
공방전을 펼친 것.

검토실에 남아있던 오송생 9단 등 10여명의 프로기사들은 백이 중앙
흑대마 사냥에 나설때만해도 승부는 이9단에게 기울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국이 진행되면서 흑이 잇단 묘수로 살아가는 양상을 보이자 이번엔
조9단에 유리하다고 분석하는 등 오락가락.

그러나 이9단도 사석교환을 펼치면서 좌상귀의 백1점을 살려가는 등
숨이 긴바둑을 이끌자 도대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제3국은 4월28일 열릴 예정이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