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7월 록히드 스캔들로 체포된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총리 재판때
몇가지 법률적 쟁점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총리의 직무범위였다.

다나카피고측은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상 총리의 직무권한으로 볼때 총리가
전일본항공 (ANA)에게 혹히드항공기를 구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므로 5억엔의 수수는 수탁수뇌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도쿄지법은 85년, 그리고 도쿄고법은 87년, 각각 검찰측 주장대로
총리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준직무행위"라고 판단하고 다나카
전총리에게 징역 4년 추징금 5억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치인의 스캔들은 흔히 법률적으로 "직무"와 관련해 단순한 정치헌금이냐
뇌물이냐로 문제가 생긴다.

도쿄고법은 지난 24일 리쿠르크 스캔들로 계류중인 후지나미 다카오
전 관방장관 (현 자민당의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리쿠르트 스캔들이란 취직정보지를 발행하는 리쿠르트사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나카소네 야스히로, 다케시타 노보루 등 전총리를
비롯해 정치인 공무원들에게 수표와 이 회사 미공개 주식을 뿌린사건이다.

이 스캔들로 다케시타 내각은 퇴진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에 앞서 94년 후지나미 전관방장관에 대한도쿄지법의 1심판결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돈은 받았지만 뇌물이 아닌 통상적인 정치헌금이고 검찰측
논리가 빈약하다"고 무죄선고의 이유를 밝혔었다.

그후 일본검찰은 2년여에 걸친 보강수사 끝에 후지나미 장관과 리크루트사
간부가 국회에서 만난 이유를 규명해 냈고 그 결과 "받은 돈이 정치헌금이
아니라 조건이 붙은 뇌물"이라는 논리를 뒷받침하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깨고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추징금 4천2백70만엔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기적인 정치헌금이라도 뇌물의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수뢰죄의 성립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에선 명백한 물적 증거가 남지않는 정치스캔들의 유-무죄 판결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일반인은 생각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꾸준한 노력으로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검찰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