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지난 3.5개각이후 현시국이나 국정운영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었다.

그동안 한보사태가 다시 불거져 나오고 현철씨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라가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김대통령은 의욕
상실로 국정운영을 포기하고 있는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25일 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김대통령이 다시 국정운영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 국정운영방향과 당면과제를 새롭게 제시, 내각의 분발을 촉구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고건 총리내각의 성격을 "비상내각"으로 규정, 현시국을
비상시국으로 보고있음을 나타냈다.

비상시국이 초래된데 대한 책임이 거의 전적으로 현정권의 국정운영능력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김대통령으로서는 뼈아픈 고백인 셈이다.

청와대관계자는 이와관련,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난국을 풀어나가기
위한 결연한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통령이 회의에서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경제살리기"를 꼽고
전국무위원에게 부처를 떠나 경제회복에 앞장설 것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연초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정운영방향과 그다지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 김대통령발언의 강도와 무게는 거의 이부분에 할애됐다.

내용도 구체적인 사항이 많았다.

김대통령은 그만큼 현시국의 상당부분이 경제문제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경제수석실관계자들은 이날 김대통령의 발언중 가장 특이한 대목으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부분을 꼽았다.

한보에 이은 삼미부도로 자금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고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김대통령도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외채증가 및 외환시장혼란으로 제2의 멕시코가 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얘기한다.

24일 당초 예정에 없었던 강경식 경제부총리와의 오찬에서도 이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오는 3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직접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청와대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보사태와 현철씨문제 등으로 인해 국정운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으로서 "해야할 일"은 모두 하고 있다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