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일년만에 다시 크게 떨어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매년 집계발표하는 국가경쟁력평가
보고서의 잠정집계결과에 따른 것으로 한국은 지난해보다 4단계나 떨어져
평가대상으로 오른 46개국중 31위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IMD가 발표한 97년도의 국가경쟁력순위는 최근 한보사태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한국의 경제.사회적 위기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특히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95년 25위에서 작년 27위로 떨어진 데 이어
2년연속 크게 하락한 것이다.

부문별로 정부분야(36위)와 금융분야(43위)가 예년보다도 형편없는 평가를
받아 전체적인 경쟁력이 내려앉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반해 동남아에 있는 한국의 주요경쟁국가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각각 3위 16위 24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이제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뿐 아니라 중국(27위)
태국(28위)에도 뒤지고 있으며 돌이킬 수없는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있는 필리핀(30위)에게까지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D의 평가기준인 8개항목으로 나눠보면 금융분야가 전체 조사대상중
꼴지권을 맴도는 43위로 낙후가 눈에 두드러졌다.

또 정부가 여러각도에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화수준은 40위의
여전히 열위인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행정서비스는 36위의 낮은 평가를 받았으며 사회간접자본에서도
역시 36위를 기록해 부족한 인프라를 반영했다.

한편 95년도에는 세계4위로 경쟁상대국들의 주목을 받았던 국내경제활력
부문이 11위까지 떨어져 최근 한국경제가 성장활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기업경영능력(26위) 과학기술수준(20위) 국민역량(24위)에서는
비록 미미한 수준이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이번 IMD보고서는
평가했다.

한편 전체적으로 이번 IMD중간발표에서 수위권을 차지한 국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선 90년대들어 6년넘게 경기확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세계의 리더국가로서
지위를 굳히고 있는 미국이 5년째 국가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자그마한 도시국가이면서도 강력한 정치적 리더쉽에 의해 경영돼 공무원의
청렴이미지가 강한 싱가포르도 역시 4년째 2위를 지켰다.

또 경제개혁에 성공하고 최근 외자도입을 통해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영국이 12위로 뛰어올랐으며 오세아니아의 작은 나라인 뉴질랜드도 10위를
기록, 국가경쟁력에서는 강국인 것으로 평가됐다.

서유럽의 국가들도 한결같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핀란드(4위) 네덜란드(5위) 노르웨이(6위) 덴마크(7위) 등의 공통점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크게 앞서가고 있다는 것으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 분야로 옮겨가면서 서유럽국가들은 빠른 경쟁력
향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관료제도와 낙후된 금융
산업의 뿌리가 깊은 일본은 국가경쟁력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순위는 11위였다.

최근 하시모토 총리가 "관료공룡"으로 부패의 온상인 대장성에 대한
개혁을 비롯해 6대개혁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기업의
신뢰가 이미 바닥까지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국가경쟁력은 93년부터 97년까지 2위 3위 4위에 이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어서 유연한 사회시스템으로의 개혁이 결코 쉽지 않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은 나아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폐쇄성으로 인해 낮은 국제화수준
(29위)과 규제위주로 비대해져온 정부행정(29위)부문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IMD는 앞으로 계속적인 데이타수집 및 분석작업을 통해 오는 6월25일
97년도의 세계경쟁력평가보고서를 최종, 발표하게 된다.

IMD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평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진호 박사는 "경쟁력이란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다"며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추락한 것은 한보사태 등으로 드러난 부정부패 및 금융산업의
낙후 기업의 의욕상실 등의 일련의 사태가 총체적으로 반영된 것이다"고
평가했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