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상사는 국내기업으로는 드물게 외환옵션거래에 능통하다.

많은 기업들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기피하지만 이회사는 곧잘 이용한다.

주요 목적은 환리스크를 헤지하는 것.

코오롱상사는 그동안 "제로 코스트 옵션"을 많이 거래했다.

서로 반대방향의 거래로 이뤄진 두개의 옵션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달러화를 팔고 독일마르크화를 사는 옵션"과 "미달러화를
사고 독일마르크화를 파는 옵션"을 동시에 사고 팖으로써 환리스크를
제로로 만들고 프리미엄을 상쇄하는 것이다.

이회사는 옵션거래외에 평소 외환관리에도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있다.

"외환네팅 시스템"으로 요약되는 외환수급계획은 상당한 짜임새를
갖고있다.

이는 영업일기준으로 이틀후까지의 정확한 외환수급을 파악, 통화별
포지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당일 외환포지션조차 정확하게 모르는 기업들이 수두룩한 현실을
감안할때 상당한 수준이다.

재무팀장 김종구이사는 "환리스크가 발생하는 시점부터 즉각적인
관리에 들어간다"며 "지금까지 원화및 외화자금을 무리없이 운용해온
것도 이 시스템덕분"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상사는 또 지난 88년부터 이종통화를 대상으로 사내선물화제도를
시행하고있다.

수출입부서와 재무팀간 선물환거래를 통해 발생한 포지션을 재무팀이
일괄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이종통화 거래규모는 전체의 15%수준인 1억달러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봉제 섬유등 5만달러이하의 거래도 사내선물환거래
대상에 포함시켜 모든 거래자금을 1백% 흡수하고있다.

최근에는 미달러화로 이태리 리라선물환(1백42억리라)을 구입, 85만달러의
환차익을 올리기도했다.

이과정에서 영업부서직원들의 "금융실력"이 향상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고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행 10년째를 맞는 사내선물환제도로 직원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정용호 경영지원본부장)

재무팀은 또 29개 각국 통화의 선물환율을 매일 제공, 영업부서의 판단을
돕고있다.

제공되는 선물환율은 최장 2년으로 장기구매계약에 요긴하게 쓰이고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또다른 자랑은 환투기를 하지않는다는 점이다.

연간 7억달러의 현물환을 거래하면서도 외화예금잔고는 거의 바닥수준이다.

최근 환율이 치솟자 앞다퉈 외화예금에 수출대금을 쏟아붓고있는
기업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화예금을 통하지않고서도 얼마든지 "원하는"목적을 이룰수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상사는 오히려 외화예금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태도를 은근히
걱정하고있다.

이환호 재무팀과장은 "요즘처럼 환율이 오르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언제까지나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관리기법을 키우지않는
상태에서 예금처럼 단순방편에 의존하다간 크게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딜러들이 상당한 전문성과 재량을 갖고있는 점도 이회사의 재산이다.

재무팀장을 포함한 딜러진들이 대부분 5년이상인데다 사후결제를 전제로
거래할수있는 한도도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편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