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대표가 취임후 처음으로 26일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 민주당 이기택총재 등 야당 총재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대표의 이날 방문은 특히 최근 여권 일각에서 내각제개헌론이 불거져
나온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대표와 야당 총재들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관심을 끌었다.

이대표가 야당 총재들과 단독으로 만나 나눈 이야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신임인사겸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조를
요청한 자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론에 대한 의견교환과 한보사태 등 위기정국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는 또 시국수습방안의 하나로 노.사.정간 비상시국선언을 위해
정치권의 중의를 모으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총재들도 난국극복을 위한 여야간 협력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으나
한보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 총재접견실에서 만난 김대중 총재와 이대표는 "어려운 때 당대표를
맡아 마음이 무겁다. 정치 대선배이시니 잘 도와 달라"(이대표)

"중임을 맡았는데 성공하기 바란다"(김총재)는 말로 첫 인사를 나눴다.

이어 이대표가 "김총재가 민생안정과 경제회생에 신경쓰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당도 그렇게 방향을 잡고 적극 노력할테니 협조해 달라"고 하자 김총재
는 "한보조사는 조사고, 경제는 같이 살려 국민의 걱정을 덜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약 7분간 계속된 두사람만의 요담에서 김총재는 28일 경제관련 기자
회견에서 경제난 극복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겠다는 뜻을
이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재는 또 여야간 초당적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로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등 3당 정책위의장과 정부측에서 재정경제원장관이 참여하는
특별기구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표는 자민련 김종필총재와의 요담에서도 시국수습과 경제회생을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김총재도 경제회생을 위한 초당적 협력의사를 표명했으나 "신한국당이
자민련의 일부 당원을 빼내가려 하고 있다"며 이대표에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재는 또 권력집중의 폐단을 거론, 여권내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내각제
로의 개헌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표는 민주당 이기택총재와의 면담에서도 시국수습 협조를 부탁했으며
이총재는 한보사태와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관련 의혹의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