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하고 있다.

특히 WTO체제의 출범에 따른 세계시장의 단일화로 브랜드 인지도에서
떨어지는 기업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설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카콜라 소니 볼보 허쉬쵸콜릿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창출, 다시말해서
브랜드의 세계화는 이제 피할 수없는 과제다.

국내기업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또 국내기업의 고유브랜드들은 과연 글로벌 브랜드서 손색이 없는가.

답은 부정적이다.

우선 기업명 로고 브랜드네임등이 너무 오래되거나 지나치게 "한국적"이어서
글로벌시대의 브랜드로서는 부절적한게 많다.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다보니 외국어로 표기할 경우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로 외국인들의 뇌리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없다.

글로벌 브랜드의 육성을 위한 마케팅보다는 당장의 제품판매에 치중하는
국내기업들의 근시안적 자세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브랜드네이밍 전문업체인 (주)인터브랜드코리아는 통상산업부의 용역을
받아 최근 작성한 "자기및 공동브랜드 수출확대 연구보고"라는 조사보고서
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기업들은 그래도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엔 지금도 창업주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딴 브랜드를 고집할 정도라고
인터브랜드코리아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는 29개 브랜드에 대한 평가분석 내용과 중소.중견기업이
자체브랜드로 제품을 수출하는 실태가 실려 있다.

브랜드오디팅(평가분석)은 인터브랜드코리아가 세계적 브랜드네이밍업체인
인터브랜드그룹에 재의뢰해 실시했으며 자체 브랜드로의 수출실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공관장에 대한 설문으로 조사했다.

<> 주요 중소.중견기업 브랜드의 장.단점

외국의 브랜드전문가들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브랜드네임과 로고
대부분이 글로벌브랜드가 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우선 브랜드네임에서 이름이 제품의 개념이나 특성과 무관한 경우가 허다
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피아노 브랜드중 하나인 "영창".

"영창"은 기업주의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다.

피아노와의 관련성을 찾을수 없다.

브랜드네임을 통해 소비자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깊이 고려하지 않고
이름을 결정한 결과이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이 없거나 유사한 것도 문제다.

의류브랜드인 "BYC"는 펜과 라이타로 유명한 다국적기업 BIC와 거의 같다.

국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국제무대에서는 고유이미지를 갖지 못하고
BIC를 모방한게 아니냐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발음상 부정적 이미지의 단어와 혼돈하기 쉬운 브랜드도 적지 않다.

예컨대 금호타이어의 금호(KUNHO)는 "come ho(whore :매춘부)"와 발음이
같다.

의류브랜드인 "베스띠벨리(BESTI BELLI)"는 "짐승의 배(beast belly)"와
잘 구별되지 않는다.

대진(DAIJIN)침대처럼 DAI를 "데이"로 발음해야 할지 아니면 "다이"로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소비자들의 뇌리에 명확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는
브랜드로 지적됐다.

특히 "다이"로 발음하면 "죽다(die)"는 뜻이 돼 침대브랜드로서는 매우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로고에서 문제도 적지 않다.

로고가 주는 시각적 이미지가 제품개념과 어울리지 않으면 소비자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수 없다.

한 예로 스포츠용품인 액티브의 로고는 힘이 있어 보이나 스포츠용품
특유의 율동감은 떨어져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로고의 낮은 가독성도 문제점중 하나이다.

로고는 무엇보다 눈에 잘 띄어야 한다.

무엇인지 한번에 알아볼수 없는 로고는 심벌마크로서의 가치가 없다.

"오뚜기"로고의 경우 독특한 면이 있고 제품의 개념도 잘 반영돼 있지만
선이 많고 복잡해 기억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29개 조사대상 브랜드 가운데 기린 맥슨 키친아트 셰프라인 한샘 로만손
정도만이 글로벌브랜드로서 그런대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자체브랜드로의 상품수출실태

자체브랜드로의 상품수출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수출 비중에서
불행히고 OEM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94년에는 자체 브랜드로의 수출과 OEM 수출비율이 각각 40%와 60%
였으나 96년 상반기엔 이 비율이 각각 30%와 70%로 OEM 수출비중이 오히려
높아졌다.

해외수입업자들인 우리나라 중소.중견브랜드로 상품을 수입하는 최대
요인은 저렴한 가격(응답자의 54%)이었다.

브랜드인지도가 높아서 수입했다는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브랜드들이 브랜드로서의 권위를 갖지 못하고 브랜드이름이 붙은
단순한 상품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외국의 수입판매업자들이 우리나라 상품에 대해 현지에서 브랜드마케팅활동
을 하느냐는 설문과 관련, "적극적으로 한다"가 10.5%, "소극적이거나 전혀
하지 않는다"가 59.6%였다.

이로써 국내 브랜드에 대한 현지수입업자의 마케팅노력이 매우 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는 그들이 소위 "한국브랜드"의 가치와 권위를 거의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수입국들의 소비자나 업체가 한국상품에 대한 평가중 먼저 가격에서는
"비싸거나 너무 비싸다"고 보는 견해가 65.4%에 달했다.

품질에서는 "매우 우수하거나 우수하다"가 74.5%였으며 "품질이 나쁘다"는
견해는 없었다.

디자인 면에서도 "매우 우수하거나 우수하다"가 94.5%나 됐다.

구매욕구에 대해서는 "매우 사고 싶다(1.8%)" "사고 싶다(44.4%)" "그저
그렇다(53.7%)" 순으로 높았다.

이로 볼때 우리나라 중소및 중견기업상품은 품질과 디자인면에서는 우수한
편이나 이렇다할 브랜드파워도 없이 값만 비싸 브랜드파워를 키우지 않고는
해외판매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해외에서 브랜드네임으로 선호하는 언어는 영어가 50%로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프랑스어가 16%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밖에 독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는 응답자중 각각 7-8%선이 선호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한국어는 단 1%도 추천되지 않아 순한글식 이름이 해외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