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이 내우외환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보부도 사태로 인한 부실채권의 급증이 내부의 근심거리라면 올해로
예정중인 금융시장 개방이 외부의위협이다.

금융기관은 돈의 흐름을 연결하는 경제의 동맥.

따라서 금융기관의 부실은 싱싱한 피의 공급을 가로막아 경제를 파국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경제는 혈관에 찌꺼기가 싸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동맥경화증 초기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은행의 문제점을 근본에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고
경영혁신을 통한 생존기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한 "새 은행 새 기법"(더뱅커사
간, 1만원)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저자 강신규 한일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내 은행 대량부실화의 원인을
정부 통제에서 비롯된 왜곡된 금융사에서부터 찾기 시작했다.

산업자금의 배분이라는 혜택을 은행에 집중시키면서도 각종 경제사건의
처리및 부담을은행에 지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는 70년대 부실기업 정리를 은행에다 맡겼으며 80년대 들어서도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에 대한 거액여신을 강요해와 사실상 20여년전부터
부실화의 징후가 보였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과보호에 편승한 은행의 무사안일도 부실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혔다.

"개발금융시대 만성적 자금 초과수요로 은행은 새로운 상품이나 테크닉을
개발하지 않고 외형성장에만 힘을 쏟았다"며 "게다가 앉아서만 영업하려는
자세가 은행의 자생력을 스스로 갉아 먹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강씨는 "고객을 찾아 나선 보험회사는 금융시장 개방에도 웬만큼 버틸
것으로 예상되나 고객이 찾아올때까지 기다린 은행은 일거에 무너질 가능성
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앉아서만 장사한 은행이 얻은 것은 많은 부실채권과 낮은 해외
신인도 뿐이라는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정확한 심사분석과정없이 돈을 빌려준 결과 전체여신의 10%에
가까운 돈이 이자는 커녕 원금도 회수하기 힘든게 국내 시중은행의 현실"
이라며 "이로써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에 돈을 빌려주지 않은 신용붕괴
가 해외에서 목격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위기극복 방법으로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한 것은 단기적으론
부실채권의 과감한 상각과 장기적으론 부단한 경영혁신등 두가지.

일시적인 적자가 두려워 장부상으로만 흑자를 내려고 하지말고 적자를
보더라도 부실을 떨어내야 한다는게 단기처방이라면 지적재산권 담보대출,
대출채권 유동화, 자동화시스템 구축, 전자금융체제 구축등 경영혁신이 그가
주장하는 장기대응방안이다.

그는 이와함께 책임경영체제와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도 조심스럽게 주장
했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 누군가가 경영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낡은 금융
제도가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론 대기업의 은행지분 취득 허용
과 소유한도 4% 규정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긍적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그는 소신을 피력했다.

강씨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경희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경희대와 대림전문대에 출강하고 있다.

<박준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