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장을 주름잡던 은행주들의 강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는동안 시장의 매기가 집중돼 27일엔 거래량 상위종목들을 은행주들이
독차지할 정도였다.

과연 은행주를 사고 파는 세력들은 누구일까.

떨어지는 낙엽마냥 곤두박질치던 은행주 주가를 돋아나는 새싹처럼 끌어올릴
정도라면 여간한 자금으로는 턱도 없다.

비록 값이 싸다곤 하지만 자본금 덩치가 큰 엄연한 대형주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기관쪽을 눈여겨보지만 일부 기관들이 몇몇 은행주를 수십만주씩 산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는 파는 쪽이었다.

외국인들도 팔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대거 샀다는 결론이다.

"최근 명동의 사채업자들이 은행주를 비롯한 대중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모 증권사 투자분석부장)는 얘기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조7천억원대로 줄었던 고객예탁금이 3조원을 넘볼 만큼 단기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지난 26일분의 예탁금 증가액 속에는 강남지역의 1계좌
에만 1백억원이 들어온 것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강남권의 C지점장은 "지난주말 은행주를 사들인 손님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
이지만 단기차익을 남기고 오늘(27일) 모두 처분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결국 시중의 뭉칫돈이 낙폭이 큰데다 절대저가인 은행주 등의 대중주를
타깃으로 단타매매에 나섰다는 얘기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들 자금이 단타성이라 하더라도 일단 시장을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여타 종목으로 발빠른 순환매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손희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