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일가의 전 재산을 국고환수 조치하고
정총회장의 3남 보근씨를 사법처리키로 한 것은 "악덕 기업주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조치로 받아들여 진다.

또 이미 2차례나 사법처리를 받은 정총회장이 다시 재기해 어떻게 5조원
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가 라는 의혹을 차제에 말끔히
씻어버리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은 이와관련, "그동안 정씨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의
수위가 미약해 국민들로부터 검찰이 정씨와 담합을 하고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며 "재수사에 임하면서 투명성, 공정성, 국민신뢰 회복
차원에서 재산압류 등 동결조치를 취해 검찰의 불신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1차 검찰 조사과정에서 검찰은 정총회장의 무거운 "입"에만 의지해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정태수 리스트"가 등장하고 검찰이 입을 여는 대가로 봐주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기법을 사용해 정총회장이 미운사람만 골라
검찰에서 불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 나왔다.

또 정총회장이 혼자서 모든 걸 뒤집어 쓰는 대신에 3남 정보근 회장은
사법처리에서 제외되도록 해 검찰이 이들의 재기 가능성의 길을 열어줬다는
의혹의 눈길마저 받아 왔다.

검찰은 이러한 소문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의혹이 눈덩이
처럼 커져 가자 3남인 보근씨를 사법처리하고 전 재산을 몰수하는 초강수를
택하게 됐다.

28일 구속영장이 청구될 정보근 회장의 혐의는 횡령. 정회장은
한보철강공업(주) 자금으로 <>회사 전환사채 2백72억원 상당을 자신의
명의로 구입하고 <>개인 세금 34억원을 납부하고 <>개인용도로 유용하는
등 횡령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정총회장이 수사과정에서 전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혼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려고 한다"며 "또 3남인 보근씨는 밖에서
재산 관리에 나서는 등 재기 가능성이 있어 부자를 모두 구속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씨 일가로부터 추징할 세액이 총 4천3백27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94.95년도 법인세 2천80억원과 농어촌특별세 32억원, 종합소득세
2천2백15억원 등이다.

심중수부장은 "정씨의 일가의 재산 압류와 세액 추징은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 국세청,내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최대한 환수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정씨일가가 교묘하게 은닉한 재산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모두
몰수할 방침이다.

검찰조사결과 정씨의 일가는 그동안 정총회장의 손자 윤섭(3세.4남 정한근
의 아들)명의로 12억 상당의 단독주택, 손자 하섭(18세.1남 정종근의 아들)
명의로 5억짜리 50평 미도아파트 1채, 훈섭(17세.장남 정종근의 2남) 명의로
4억 상당의 50평 삼풍아파트를 구입해 두는 등 재산을 은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앞으로도 수사가 종결된 시점에서 종합적인 결과를 발표하기 보다는
수사 중간중간마다 사안별로 매듭을 짓는대로 수사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