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자.
맑고 깨끗한 부자가 되자.
어두운 곳에서 탄생해 더럽고 냄새나는 돈이 아닌,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저축하여 모은
그런 돈으로 튼실한 살림을 꾸리자.
신교도들은 청부를 신으로부터 주어진 삶을
채워가는 속세의 길로 보았던 터다.
막스 베버는 검약과 노동을
건강한 자본주의를 일구는 정신적 기초라고 외쳤었다.
부지런한 안주인같은 마음으로 우리들의 살림을 일구고
우리의 경제를 되살리자.

땀흘려 일한 대가들을 채곡채곡 쌓아
우리 모두 내실있는 중산층이 되자.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일어나 가게문을 여는 주인처럼,
윤기흐르는 큰 마루를 가진 살림꾼 며느리처럼,
장독대가 반지르르한 뼈대있는 집안의 시어머니처럼,
기름칠이 잘된 중소기업의 작업장처럼,
먼저 출근해 아직 잠에서 덜 깬 사무실을 정돈하는
장래성있는 신입사원처럼,
우리의 가정 살림도 그렇게 가꾸자.

세끼 밥을 천장에 매단 굴비로 해결하는 구두쇠는 아니더라도
샤일록같이 노린내 나는 돈장사가 아니더라도
한탕으로 거부를 일구겠다는 몽상가가 아니더라도
알고보면
부자가 되는 길은 도처에 열려 있다.

1백만원을 가진 자 1천만원을 꿈꾸고
1억원을 가진 자 10억원을 원한다지만
차라리 1년에 겨우 몇 퍼센트만이 보장될 뿐인
먼 길을 돌아가자.
한때 거부를 모았다 한들
가야할 곳이 감옥이라면
그런 것을 청부라 할수는 없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자라 한들
결국엔 손가락질 받고 자리를 내놓게 된다면
차라리 어리석음의 한 전형일 뿐이다.

알고보면 작은 손들이 모은 작은 돈들이 산업의 밑천이요
작은 손들이 모은 작은 재산들이 국부의 기본이다.
당대에 거부를 꿈꾸기 보다는
삼대에 걸쳐 부를 일구는 길을 돌아가고
자본 토지 노동도 결국에는 땀으로 환원된다는
만고의 법칙을 신봉하자.

다행히 작은 손들도 자본이며 토지에
작은 손이나마 들이밀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있다.
우리를 위해 한국의 수도 없이 많은
금융기관들이, 건설회사들이, 증권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게을러서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

발달한 시장경제가 주는 온갖 서비스를 즐겨 받아들이자.
굳이 본인이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전문가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재테크의 넓은 길을 가자.
부자가 되자.

이 들끓는 과소비의 시대를 거슬러 살자.
근검과 절약으로 한푼을 모으면 내일이면 두푼이 되고
마치 작은 물방울이 장강대하를 이루듯이 세월이 흐르면
저마다의 출발점에 사람들은 다시 선다.
처음 그것은 1퍼센트의 차이지만,
시간의 연장선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를 예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아침 마음과 물질을 모두 다스리는
진정한 부자가 되기를 희망하자.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