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50대 초반)씨는 지난해 12월초 1천4백만원을 증권사에 예탁했다.

증시침체로 대부분 신규상장종목이 시장조성에 들어간 상태였다.

상장된지 6개월동안은 공모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기사가 곳곳에
실렸다.

12월초부터 한달동안 한일리스 1천주, 한미리스 7백주, 동원수산 1천6백주,
한일리스 1천주를 공모가 수준에서 매입했다.

처음부터 신용융자를 썼다.

이중 동원수산과 한미리스는 한달후 팔아 15~20%의 수익을 냈다.

나머지는 이익을 내지 못한채 처분했다.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1월20일부터 성장성과 실적이 좋다는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흥창물산 2백주를 주당 5만4천원에, 퍼시스 3백주를 4만원에 각각 매입했다.

M&A설이 나도는 한미은행도 1천5백주(주당 1만1천8백원) 가까이 샀다.

역시 신용을 썼다.

흥창물산은 매입한지 5일만에 주당 6천원을 남기고 팔았다.

퍼시스도 주당 1천원의 이익을 얻고 이틀만에 처분했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주당 1천원의 손실을 본 상태에서 3일만에 매도했다.

처음 주식투자를 할때보다 보유기간이 상당히 짧아졌다.

1월31일부터 그는 재료보유종목을 위주로 단타매매를 시작했다.

동성화학 7백주를 2만2천원에 매입, 이틀만에 주당 1천8백원을 남기고
팔아치웠다.

2월10일에는 M&A 싸움에 휘말린 미도파 2백여주를 2만8천5백원에 샀다가
다음날 3만7백원에 되팔았다.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신용투자도 계속됐다.

그러나 악몽은 그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M&A 관련설이 나돌던 해태제과를 11일 1만5천원에 2천주 매입했다가 다음날
1만3천8백원에 매도했다.

하루만에 주당 1천2백원의 손실을 입었다.

7만~8만원에 이를것 같던 경인전자를 13일 4만3백원에 2백50주 매입했으나
이틀만에 3만6천원에 팔고 철수했다.

고가주인 카프로락탐 70주를 11만5천원에 매입(2월19일)했으나 6일후
9만9천원에 팔아야 했다.

신용까지 얻어 사고 팔았기 때문에 손실폭은 더욱 컸다.

처음에는 벌었지만 지렛대효과를 지닌 몇번의 신용투자 실패는 결국 원금의
30%이상을 날리게 했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