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일가의 전 재산을 몰수하고 정총회장의
3남 보근씨를 사법처리키로 하는등 전격적으로 강력한 "한보해법"을 제시
했다.

검찰의 이같은 방향전환에서 "기업을 망하게 한 악덕 기업주는 철저하게
응징하고 더 이상 재기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또 강력한 정면 돌파식 접근으로 한보재수사를 매듭지어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버리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평가할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은행권, 정.관계, 김현철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강도
와 수위도 예상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이같은 검찰의 변신은 그동안 국민들이 검찰에 쏟은 의혹과 불신의 눈길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볼수 있다.

이미 2차례나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이 다시 재기해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대출받았다는 사실앞에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게
사실이다.

특히 1차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정총회장과 묵계하에 봐주기식 수사를
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이에대해 검찰도 전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은 이와관련, "그동안 정씨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미약해 국민들로부터 검찰이 정씨와 담합아래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며 "앞으로 투명성, 공정성, 국민신뢰 회복 차원에서 재수사에
임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변신에 대해 다른 각도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총회장의 무거운 입을 열기 위한 압박작전이라는 것.

부자를 함께 구속함으로써 "아들은 모든 책임을 아버지에게 미루고 아버지
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재산동결과 압류라는 강경조치로 정총회장의 "아킬레스 건"을 확실
하게 잡아 정총회장이 자포자기 심정에서 "정태수리스트"를 모두 공개토록
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총회장이 수사과정에서 전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혼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려고 하고 3남인 보근씨는 밖에서
재산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의 재기 가능성을 원천봉쇄키 위해 부자를
모두 구속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강경해법이 모든 의혹의 뿌리를 파헤칠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검찰이 이들 은닉 재산을 찾아내 완전히 몰수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
되고 정총회장도 순순히 입을 연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중수부장도 "정씨 일가의 재산 압류조치는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해 재산환수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앞으로도 수사가 종결된 시점에서 종합적으로 결과를 발표하기
보다는 수사 중간중간마다 사안별 매듭이 지어지는대로 공개할 방침이다.

현철씨에 대한 수사가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가 끝난 뒤로 미뤄져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중간중간에 수사결과물을 내놔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차 표적은 한보철강 5개 채권은행 임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빠르면 내주중 소환과 사법처리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다음은 청와대, 재경원 등 고위 공직자 순.

한이헌.이석채 전 청와대경제수석등 거물급이 곧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전망이다.

이어 현철씨 관련 의혹이 본격 다뤄지는 수순을 밟게 될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새로 스케치한 밑그림에 어떤 색깔이 칠해질지 주목된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