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재수사가 한보그룹의 사실상 해체와 그룹총수부자의 사법처리로
치달으면서 검찰의 정,관계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씨 일가재산에 대한 몰수조치를 통해 결연한 수사의지를 밝힌 검찰은
정보근 회장을 28일 구속시킴으로써 정회장을 정태수 총회장의 입을 열기
위한 볼모가 아닌 적극적인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정회장이 한보대출과정에 깊숙히 개입하고 정관계인사에 대해 로비를
벌인 혐의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홍인길의원은 검찰조사에서 청와대 총무수석 재직당시 정회장이 3~4차례
청와대로 자신을 찾아왔으며 한이헌 이석채 전경제수석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도 인사를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전경제수석에게 "한보의 자금사정이 딱한 것같으니 도와주라"는
전화와 함께 정회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회장이 수시로 청와대에 드나들면서 은행대출과정에 정총회장 못지않게
깊숙히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회장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회장이 현철씨 국정개입의혹과
한보비리가 교차하는 접점에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철씨 비리의혹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정회장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차 검찰조사에서도 현철씨와 보근씨와의 관계는 "동문모임에서
스쳐가며 한번 보았다"는 현철씨의 진술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철씨는 보근씨가 회원으로 있는 고려대 출신 재벌 2세 모임인 경영
연구회에 참석해왔으며 김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주)심우대표
박태중씨와 정회장과는 고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재수사의 상당부분을 정회장의 입에 의존하면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정총회장의 자물통 입이 열리도록 압박하는 양동
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심중수부장도 "어디 얼마나 입을 굳게 다물 것인지 지켜보겠다"며
정회장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검찰이 정씨 부자를 압박해 얻어야 하는 커넥션의 베일은 <>여.야 정치인
<>인.허가 관련 고위 공무원 <>금융권 인사 <>김현철씨의 개입 의혹 등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전술을 선보일 전망이다.

대출결재라인의 윗선급인 은행임원들을 소환해 정회장이 이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면서 금품을 제공했는지 대질신문 등을 벌여 가려낸 뒤 뇌물공여
부분으로 정회장을 조이고 은닉 재산 등을 찾아내 꼼짝 못하게 만들
심산이다.

또 1차조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던 2백50억원의 비자금 사용처를 집중
추궁키 위해 은감원, 국세청 등의 실무자급들을 총동원할 생각이다.

이제 한보재수사는 정씨 일가의 전재산 압류와 보근씨의 구속으로 최대의
위기상황에 몰린 정씨 부자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에 따라 그 폭발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