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왈종(52) 박대성(52) 황창배(50)씨 등 오십줄에 막 들어선 중견작가
3명이 함께 인도스케치여행을 한 뒤 그룹전을 가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 한국화의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이들은 4~17일 인도의 각 지역을
돌며 그들의 삶과 풍물 풍경을 캔버스에 옮긴뒤 대규모 3인전을 열게된다.

이들이 세상의 이치에 눈을 뜬 지천명의 나이에 함께 스케치여행에
나서게 된 동기는 삶의 새로운 가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나름대로의
느낀 점을 화폭에 담아 보자는데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

철학과 종교의 나라 인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 이제까지
무작정 앞만보고 정신없이 내달려온 각자의 삶을 반추해 보는 기회를 가져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위해 의기투합한 것.

"50이라는 나이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큰 것같다"는 이들은 뭔가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곳,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인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체험적 메시지를
화폭에 남기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전한다.

이들이 여행할 지역은 뉴델리 캘커타 자이프로 아그라 바라나시 베트나
카조라호 등 인도의 대표적인 도시들.

이들 지역은 특히 인도반도에 거주해온 여러민족들에 의해 이뤄진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산재해있는 곳이다.

BC 3000~2000년께 번성했던 인더스문명이 남긴 유물들과 1920년대
발굴된 모헨조다로 하라파 찬후다로등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자이나교와
연관된 종교유적들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이왈종씨는 전통산수의 맥을 계승하면서도 3원법과 준법등을 무시한
새로운 조형방식을 개척해온 작가.

83년 "생활속에서"연작을 시작하면서부터 한국화의 전통적 문맥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해온 그는 이후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탐욕과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절대자유를 추구한 "중도의 세계"를
그려 호응을 얻어왔다.

91년 남제주군의 바닷가에 작업실을 마련한뒤 추계예대 교수직을 그만
두고 눌러앉아 전업작가로 활동해왔다.

71년 첫 전시회를 연후 지금까지 10여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83년
미술기자상, 91년 한국미술작가상을 수상했다.

박대성씨는 독학으로 쌓은 뛰어난 기량의 실경산수로 한국화단의 정상에
선 중견.

현대미술의 흐름에 초연한채 실경산수의 맥을 이어온 그는 이상범 허백련
등 50~60대 근대산수화 대가들에 이은 제3세대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8~25회 국전 연속8회 입선과 78년 제1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에 이어
79년 대상을 수상하면서 두터운 학맥과 인맥의 벽을 뚫고 화려하게 데뷔한
입지전적인 작가.

황창배씨는 한국화에 대한 다양한 조형적 실험작업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고있는 작가.

91년 이화여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충북 증평에 은거하며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서울대 미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78년 국전 대통령상과 87년
선미술상을 수상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