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및 룩셈부르크 6개국이 로마에
모여 유럽경제공동체(EEC)를 결성한지 지난 25일로 40돌.

그동안 영국 스페인등이 유럽통합 작업에 가담, 식구수가 15개국으로
늘어났다.

93년 단일시장의 출범과 함께 공동체는 연합체(EU)로 결속도를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국익우선주의는 사사건건 회원국간 마찰을 일으키며 여전히
통합물결을 거스르고 있다.

유럽통합작업 40년을 분석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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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러나라를 여행하려면 다국적 플러그를 반드시 소지해야한다.

영국은 전기플러그의 다리가 3개, 프랑스는 2개.

또 국가마다 다리의 간격이 달라 헤어드라이어나 노트북 PC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따른 고육책이다.

이런 불편함을 인식, 유럽 전기표준화위원회(CENELEC)는 지난 수십년간
전기플러그의 유럽규격을 만들기위해 고심해왔다.

그러나 영국은 과거 영연방 40여개국이 자국의 규격을 사용하고있는
이유를 들어 프랑스및 독일도 규격포기를 거부, 의견조정에 실패해왔다.

유럽이 플러그규격을 통일할 경우 중국등 값싼 아시아산이 밀려들것이란
우려도 규격제정을 늦추는데 한몫을 해왔다.

가스통등에 연결하는 호스제품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프랑스는 연결 끝부분에 반드시 고무를 씌워야하며 이탈리아는 호스가
신축성을 가져야한다.

대수롭지도 않은 이같은 규격의 차이는 대외적으로는 물론 역내
국가간에도 기술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3년 이후 EU회원국간 상품의 이동이 상당히 자유로워진게
사실이다.

그 대상품목도 과거 담배 위스키등 기호품 수준을 넘어 자동차등
고가품으로 확대됐다.

"국산품 애용"이란 개념이없는 유럽인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싼물건을
사는 이른바 월경쇼핑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소비자들은 분명 경제통합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나 소매업자들은 이로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이탈
양상이 나타나는 어려움을 겪는 상반된 입장에 몰려있다.

회원국 정부들이 안전규격 환경보호 광고금지 언어등을 활용, 교묘한
무역장벽을 세우는것도 이때문이다.

그대표적인 예가 독일 덴마크등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수입 음료수의
캔사용을 제한한 조치이다.

독일의 경우 특히 수입산 음료수는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을 72% 이상
사용토록 엄격히 규정하고있다.

병음료는 가격이 비싸고 장거리 수송이 불편해 인근 벨기에 및
네덜란드산의 진입을 자연스럽게 규제할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브뤼셀에 있는 캔음료 제조업협회(BCMA)는 이의 부당성을 EU집행위에
수차례 호소했으나 독일은 여전히 그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스는 아동보호란 명분을 내세워 지난해부터 완구제품의 국내광고를
금지, 외국산제품의 진입을 막고있다.

프랑스도 지난 94년부터 주류및 담배류에 대한 광고를 규제해 외국업체들이
신제품을 홍보하는데 애를 먹고있다.

또 인구 1천만명에 불과한 벨기에에 물건을 팔려면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2개 언어로된 제품설명서를 부착해야하며 프랑스는 아예 불어설명서가 없는
제품의 유통을 금지하는등 언어도 무역장벽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네덜란드는 이탈리아산 캠핑카의 출입문이 낮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했다.

아일랜드는 국내 음반산업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자국음악을 반드시
30% 이상 활용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플라스틱제품에
특별추징금을 부과하는 등 보이지않는 규제는 헤아릴수없을 정도로 많다.

EU도 회원국간 이같은 무역장벽을 없애기위해 1천4백건이 넘는 다양한
지침을 발표했다.

위법국가에 대해서는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등 강공책을 검토중이다.

CENELEC도 EU의 지원을 받아 금년말까지 플러그의 유럽규격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문제는 그러나 강대국의 위반사례가 많아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례로 95년 교역규제와 관련 집행위에 제소된 2백59건중 독일 54건
프랑스 50건등 양국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룩셈부르크는 3건, 그리스 9건 그리고 아일랜드는 한건도 없었던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유럽의 경제통합은 전체적으로는 역내 국민들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 브뤼셀=김영규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